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이상학 목사)를 찾아가면 유니폼을 입은 성도들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들은 손님에게 교회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130년 넘는 역사도 소개한다. 교회 등록을 원할 경우 친절한 설명도 덧붙인다. 이들은 70세 이상 시니어 성도로 구성된 ‘갈렙봉사단’ 단원들이다. 은퇴 후에도 교회를 섬기고 싶어 하는 시니어 30여명이 모여 있다.
갈렙봉사단 단장이자 연세대 사회복지대학원 명예교수인 김동배(74) 은퇴장로는 12일 “우리 교회는 한국 장로교 최초의 조직교회라는 역사도 있고 2019년 신축해 해외 건축상을 받기도 해서 내부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이 방문한다”며 “한 달에 300여명 정도가 교회를 찾는데, 이들을 잘 섬기고 싶어 지난해 3월 시니어로 구성된 갈렙봉사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은퇴 후에도 여가와 봉사활동에 적극 나서는 ‘액티브 시니어’가 늘면서 교회의 시니어 사역 방향도 바뀌고 있다. 경로대학과 효도관광 등의 프로그램이 종전의 교회가 펼친 시니어 사역이었다면 이제는 시니어들이 주체가 돼 다양한 사역을 제공한다.
시니어들은 국내외 선교 활동도 적극 펼치고 있다. 청장년층보다 시간적 여유도 있고 사회활동을 하며 쌓았던 다양한 경험과 은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서울 강남중앙침례교회(최병락 목사)에서도 시니어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다음 달 전남 진도군 조도로 선교를 떠날 이미용팀은 60세 이상 시니어 비율이 70%가 넘는다. 2021년까지 50년간 미용실을 운영한 박옥순(73) 권사는 “그동안 캄보디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몽골 대만 등에서 이미용 봉사를 했다”며 “행함이 있는 믿음을 갖고 살 수 있어 기쁘다. 사람을 자주 만나 외롭지 않은 것도 좋다”고 봉사가 주는 유무형의 유익을 설명했다.
이 교회 남전도회도 각자의 전공을 살려 미자립교회를 돕는 일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인하공업전문대 실내건축과 교수인 염대건(62) 집사는 미자립교회 건축물 외벽이나 옥상 보수 공사를 맡았다. 염 집사는 “미자립교회 대학생을 위한 취업 상담을 해줄 때도 있다”며 “하나님께 받은 달란트를 활용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 일흔, 여든이 돼서도 하나님이 주신 지식을 이웃 사랑에 쓰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시니어들이 직접 준비하는 신앙 부흥회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활동 영역뿐만 아니라 신앙의 경륜이 배어있는 섬김 분야다. 경기도 성남시 할렐루야교회(김승욱 목사)는 오는 9월 ‘시니어 부흥회’를 준비하고 있다. 시니어들이 스태프로 봉사하고 찬양대로 섬기며 노년의 부흥 방안을 함께 나눌 예정이다.
초고령사회가 눈앞에 다가오면서 시니어 사역은 크고 작은 모든 교회에 필요한 과제가 됐다.
이날 경기도 이천 에덴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이라이프 아카데미 세대별 전도전략 세미나’에서 주상락 미국 바키대학원대 교수는 “노인 사역을 활발히 하는 원로 목회자들과 심층 면접을 했더니 시니어는 사회에 공헌하는 의미 있는 사역을 하고 싶어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작은 교회도 시니어 사역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다. 먼저 저녁 식사 모임 등을 통해 신앙 공동체를 만들고 이들과 함께 지역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게 시니어 사역의 첫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박용미 기자, 이천=이현성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