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男 징역 20년… 피해자 “보복 두렵다” 눈물

입력 2023-06-13 04:07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 여성이 12일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 뒤 법정을 나서면서 울먹이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서면에서 홀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뒤쫓아가 돌려차기로 폭행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피해자 측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신상공개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고법 형사2-1부(재판장 최환)는 12일 강간살인미수 혐의를 받는 피고인 A씨(31)에게 징역 12년형의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20년을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씨에 대해 신상정보 공개 고지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20년, 아동·청소년 장애인 관련기관 취업제한 10년 등도 명령했다. 다만 현행법상 A씨가 신상 공개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할 경우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을 수 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새벽 혼자 귀가하던 B씨의 뒤를 10분간 몰래 쫓아가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1층 엘리베이터 홀에서 발차기로 피해자를 폭행한 혐의(살인미수)로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1심 선고에선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 과정에서 A씨가 B씨를 CCTV 사각지대로 끌고 간 뒤 7분이 지나서야 건물을 빠져나간 부분이 쟁점이 됐다. 이 시간 동안 성범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성범죄 여부를 밝히기 위해 DNA 재감정이 실시됐다. 그 결과 B씨가 입었던 청바지 등에서 A씨의 DNA가 발견됐다. 피해자 바지와 속옷이 벗겨져 있었다는 목격자 진술도 나왔다. 검찰은 강간살인미수로 공소장 내용을 변경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CCTV 사각지대에서 피해자의 바지를 벗긴 행위가 충분히 인정되고, 성폭력범죄를 저지를 의도에서 폭행을 가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성적 욕구의 대상으로 삼았고, 머리 부위만을 노려 차고 밟았다.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피해자를 끌고 갔고, 다량의 출혈이 있던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력범죄로 나아가려 했다”고 했다. 이어 “피해자가 사망할 수 있다는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의 심신미약 등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B씨는 선고 공판을 지켜본 뒤 법정 앞에서 울음을 쏟았다. 그는 “출소하면 A씨는 50살인데 저랑 나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는다. 대놓고 보복하겠다는 사람에게서 아무도 (저를) 안 지켜주면 저는 어떻게 살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울먹였다.

피해자 변호인 역시 “피고인은 여전히 반성하지 않고 있고, 본인이 한 일을 진심으로 뉘우치는지 의문”이라며 “피고인은 영구적으로 사회와 단절될 필요가 있으나 재판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덧붙였다.

피해자 측은 범죄 가해자 신상 공개와 관련해 현재 ‘법이 모호하다’며 법 개정을 촉구하는 의미에서 국회 법사위에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엔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할 계획이다. 검찰은 판결문을 분석한 뒤 상고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