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간 길거리에서 생활했어요. 우연히 교회를 알게 돼 노숙인 쉼터에서 일자리를 구했습니다. 제가 직접 기른 농작물을 판매하니 뿌듯합니다.”
지난 11일 오후 인천 계양구 해인교회(김영선 목사)가 주최한 ‘착한 소비 바자회’에서 만난 강한석(가명·32)씨는 자신이 수확한 유기농 상추를 보며 웃었다. 그는 해인교회에서 운영하는 ㈔인천내일을여는집(대표 이준모 목사)을 만나 거리 생활을 마감하고 인생의 2막을 맞이했다.
교회는 취약계층에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 계양구 재활용센터의 임대료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10~11일 바자회를 열었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열린 착한 소비 바자회다.
김영선 목사는 남편인 이준모 목사와 함께 해인교회와 사회적기업인 인천내일을여는집에서 사역하고 있다. 이들은 아무리 어려워도 취약계층 고용비율을 100%로 유지하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다. 그러나 교회 후원과 사회적기업의 수익만으로는 인건비와 임대료 지출에 역부족이다.
이에 해인교회 성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손재오(54)씨는 “예수님은 소외되고 가난한 자들부터 챙기셨다”며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돕는 것은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바자회는 구매자에게도 도움이 됐다. 2016년 몽골에서 온 비 아노다르(43·여)씨는 한부모가정의 가장이다. 아노다르씨 혼자서 세 명의 아이와 어머니까지 부양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아이들이 빠르게 크다 보니 옷이 안 맞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곳에서 의류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며 “예쁜 옷을 구매했다고 아이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취약계층을 돌보기 위해 나서자 지역사회 다양한 단체의 도움이 더해졌다. 인천세종병원과 한림병원은 물론 계산고등학교와 채드윅국제학교 등 총 50여곳의 단체와 개인이 물품을 후원했다.
이준모 목사는 “지역사회와 이웃 주민의 관심으로 총 5t 규모의 의류와 생활용품이 모였다”며 “어떤 분은 이른 새벽 교회 앞에 기부품을 두고 가셨다. 교회가 홀로 바자회를 열었다면 이처럼 활기찬 분위기로 이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계산고 학생들은 바자회의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힘을 보탰다. 김양희 계산고 교장은 “학교는 교육에 앞서 관계를 배우는 곳”이라며 “학생들이 이번 바자회를 통해 소외계층과 지역사회를 돌보고 공동체의 일원임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