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이 긴 불황의 터널 끝자락에 닿고 있다는 신호가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가 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 효과’가 본격화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진에 빠졌던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올해 3분기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12일 산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기업인 대만 TSMC는 지난달에 1765억3700만 대만달러(약 7조4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고 공시했다. 지난 4월 매출(1479억 대만달러)보다 19.4% 늘었다. 전월 대비 성장률로는 2021년 6월(32.1%) 이후 최대치다.
TSMC 매출은 ‘최저점 위기’를 지나친 것으로도 풀이된다. 올해 들어 월간 매출이 가장 적었던 지난 3월(1454억800만 대만달러)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이달 말까지 재고 소진이 이뤄지면서 매출 감소 가능성이 있지만, 반도체 업계에선 ‘최악 시점을 지났다’고 본다. TSMC를 필두로 반도체 기업들이 매출 저점을 지나 본격적인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생성형 AI 바람을 타고 수요가 크게 늘면서 반도체 업황은 빠르게 회복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진단이 제기된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최근 주주총회에서 “고객사 재고가 줄고 있고, AI 반도체 관련 수요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 첨단 후공정 분야에선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대만 디지타임스도 “TSMC의 6월 매출 전망도 좋아 2분기 목표를 초과 달성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장기 침체에 빠진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도 ‘회복 신호’는 포착된다. 쌍두마차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감산에 들어간 이후에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평균 판매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반도체 기업들의 적자 폭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업황 개선의 시점을 ‘올해 3분기’로 지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업계에서 전반적으로 감산을 진행하고 있고, 반도체 수요는 PC와 AI 서버 위주로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2분기부터 진행된 고객사의 공격적인 재고조정에 따라 TV를 비롯한 일부 제품의 재고가 올해 1분기에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했다. 스마트폰·서버 관련 부품과 메모리 반도체의 재고 역시 올해 2분기가 고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