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 자율” vs “살 빼라”… 상반된 승무원 복장 규정

입력 2023-06-13 04:04
에어로케이 젠더리스 유니폼.

최근 호주와 중국 항공사가 승무원의 신체, 복장과 관련해 상반된 지침을 내놓으면서 화제다. 호주 콴타스항공은 여성 승무원의 화장 의무화 규정을 없애는 등 규제를 완화한 반면 중국 하이난항공은 과체중 승무원을 업무 배제하겠다는 지침을 내놨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콴타스항공은 최근 남녀 승무원 복장 관련 규정을 대폭 자유화했다. 새 규정에 따라 여성 승무원은 하이힐 대신 굽 낮은 플랫 슈즈 등을 신어도 된다. 화장도 더 이상 의무가 아니다. 남성 승무원은 파운데이션이나 컨실러 등 색조 화장이 가능하고, 머리를 기를 수 있다. 콴타스항공이 복장 규정을 완화하기는 1920년 창립 이후 처음이다. 콴타스 항공 측은 “우리는 다양성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지침 변경은 승무원들의 오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에선 하이난항공이 여성 승무원을 체형과 체중에 따라 분류하고, 기준 체중 초과하는 승무원을 업무에서 배제하는 내용이 담긴 지침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항공사는 ‘전문 이미지 검사와 관리 지침’ 제목의 통지에서 체중의 기준을 ‘키(㎝)-110’으로 명시했다. 예를 들어 170cm 승무원의 기준 체중은 60kg이 되는 셈이다. 항공사는 기준 체중에서 5% 범위 과체중이면 주기적으로 체중을 모니터링하고, 10% 초과하면 즉시 비행을 중단시키고 체중 감량을 요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중국 내에선 살이 쪘다는 이유로 여성 승무원에 대한 운항 중단을 명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노동법 위반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항공사 측은 “체중 기준은 전문적인 이미지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경우 복장 규정이 계속 완화됐다. 복장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가 2013년 ‘여성 승무원이 바지 근무복도 선택해 입을 수 있도록 하라’는 권고를 한 이후 항공사 승무원들도 치마, 바지 중 원하는 복장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처음으로 청바지를 도입했던 진에어는 2019년 객실 승무원의 의견을 반영해 신규 유니폼을 도입했다. 에어로케이는 편한 상의에 통기성 좋은 바지를 착용하는 ‘젠더리스’ 디자인 유니폼을 선보였다. 제주항공은 2018년 승무원들이 안경 착용과 네일케어 등을 할 수 있도록 객실승무원 서비스 규정을 바꾸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앞으로 국내 복장 규정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른 항공업계 관계자도 “완화하는 분위기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