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반격’ 인정… “우크라군 동·남부서 상당한 진전”

입력 2023-06-12 04:05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오른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공동성명에 사인한 뒤 악수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키이우를 두 번째 찾은 트뤼도 총리는 이날 5억 캐나다달러(약 4847억원)를 추가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러시아에 대한 ‘대반격 작전’이 시행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동부와 남부 등 일부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상당한 진전을 거뒀다는 관측도 나왔다.

BBC와 CNN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군에 대한 반격과 방어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단 “(작전이) 어느 단계에 있는지는 자세히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대반격에 관해 침묵을 지키던 젤렌스키 대통령이 관련 상황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대반격 시작 후 우크라이나군은 어떤 전투 지역에서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발언에 대해선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작전 상황에 대해) 모두가 긍정적이다. 이를 푸틴에게 전해 달라”고 반박했다.

영국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최근 48시간 동안 우크라이나군이 동부와 남부에서 상당한 작전을 벌였다”며 “몇몇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은 진전을 이루고 러시아군의 첫 저지선을 돌파한 것 같다”고 전했다.

남부 탈환은 우크라이나의 우선순위로 여겨진다. 유럽에서 가장 큰 원전이 있는 자포리자를 되찾고 크림반도로 이어지는 육교를 끊어 러시아군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다.

영국 국방부는 이어 “러시아군 몇몇 부대는 방어 작전을 실행했지만 일부는 무질서 속에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러시아 부대가 자신들의 지뢰 설치 구역에서 퇴각하면서 사망자 보고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다른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진전 속도가 더 느리다”라고 덧붙였다.

세르히 체레바티 우크라이나 동부군사령부 대변인은 동부 바흐무트 인근 전선의 여러 구간에서 최대 1400m까지 진전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러시아도 전과를 올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측 응급구조대 대변인은 11일 타스통신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섬 지역에 있는 곡사포와 다연장로켓발사 차량을 파괴했다”며 “우크라이나 병력 3명이 사망하고 3명은 중상을 입었다”고 말했다. 이어 헤르손 방면으로 공격을 벌여 상대 방공 시스템과 운용 병력 5명을 말살했다고 주장했다. 카호우카 지역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전진기지를 타격해 병력 10명 사망, 12명 부상 등의 전과를 냈다고 전했다.

영국 배스대의 국방·안보 전문가 패트릭 버리는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은)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며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 큰 타격이 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러시아는 수개월 동안 반격을 대비해왔고 참호, 벙커, 지뢰밭이 있는 방어 진지는 공격자(우크라이나)를 살상 지역으로 유도하도록 설계돼 있다”고 분석했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