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지역이 디지털 경제 맹주를 두고 미국과 중국의 전장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세안은 코로나19 이후 포괄적 회복프레임워크(ACRF)를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경제 전략을 마련할 정도로 디지털화에 관심이 높다. 시장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양국이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디지털 기업들은 아세안 지역의 디지털 경제 성장 가능성에 먼저 관심을 보였다. 구글과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등은 2016년부터 공동으로 매년 아세안 디지털 경제 지표인 ‘e-Conomy SEA’를 발표하고 있다.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아세안 디지털 경제 규모는 2000억 달러(약 258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계된다. 이 규모는 2025년이면 3300억 달러(약 426조855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연평균 성장률은 20% 이상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경제 확대에 아세안은 ACRF 등의 전략을 내놨다. 전자상거래, 전자서비스, 디지털 금융 서비스 등을 촉진하겠다는 지향점을 명시했다. 역내 공유차량 서비스인 그랩(Grap) 등 스타트업 성장세를 더 키우겠다는 뜻이다. 곽성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경제안보전략실장은 12일 “아세안에서는 최근 수많은 디지털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성장세인 아세안 디지털 경제 시장에 먼저 파고든 것은 자본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다. 스타트업 투자 등을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하지만 이 구도는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높다. 아세안이 참여한 미국 주도 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서 디지털 통상 규범도 함께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규범이 마련된다면 미국에 비해 디지털 무역장벽이 높은 중국이 불리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디지털 서비스 무역제한지수를 보면 중국은 지난해 기준 0.488로 미국(0.061)보다 장벽이 상당히 높다. 곽 실장은 “디지털 경제 규범 제정은 일종의 ‘표준’을 제정한다는 뜻이다. IPEF 협상에 따라 미국이 아세안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