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내년 줄줄이 교체… 보수·서오남 편중 우려도

입력 2023-06-12 00:03
대법원 제공

윤석열정부에서는 내년에도 대법관 14명 중 6명 임기가 만료된다. 대통령 임기 5년 내 오경미 대법관을 제외한 13명이 교체되는 셈이다. 헌법재판소에서도 지난 3~4월 새 재판관 2명이 취임했고, 유남석 소장 등 나머지 7명도 윤석열정부에서 모두 바뀐다. 법조계에서는 문재인정부에서 우리법연구회 등 특정 단체 출신이 사법부 요직에 대거 중용된 것도 부적절했지만, 이른바 ‘서오남’(서울대 50대 남성) 등 획일적인 대법관 구성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명수 대법원장을 포함한 현직 대법관 14명 중 서울대 출신은 8명이다. 퇴임을 앞둔 박정화·조재연 대법관은 각각 고려대·성균관대 출신이다. 두 사람이 퇴임하고 서경환(57·사법연수원 21기)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권영준(53·25기)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국회 인사청문회 등을 거쳐 임명되면 서울대 출신은 10명으로 늘어난다. 이 경우 여성인 박 대법관 자리도 남성으로 채워져 기존 4명이었던 여성 대법관은 3명으로 줄어든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특정 진보 성향 단체 출신 후보자를 제청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특정 후보자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법조계에서는 대법관후보추천위 추천 후보 8명 중 여성인 박순영(57·25기) 서울고법 판사와 정계선(54·27기)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가 거론됐다. 하지만 최종 후보자 임명제청에서 두 후보자는 제외됐다.


일각에선 성별, 출신 지역, 대학 등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은 ‘서오남’ 대법관 인선이 이어지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임명한 오석준(61·19기) 대법관도 서울대 법대 출신 남성이다. 새 대법관 후보자들이 중도 성향으로 합리적인 판단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지만, 대법관 다양성 확보 노력은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평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 대법원 구성이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돼있기 때문에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을 다양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이 부족하다”며 “사회 구성 비율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적어도 여러 각도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법을 해석할 수 있는 시각을 확보하기 위해 어느 정도 인위적인 조정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색깔, 같은 성장 과정을 가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며 “대법원에서 몇 사람이라도 다른 관점의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가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향후 대법관, 헌법재판관 인선과 관련해 “문재인정부 당시 특정 연구회 출신이 다수였고 ‘코드 인사’로 인해 편향성이 있는 결정들이 나왔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중요한 것은 법관 인사를 놓고 적어도 ‘코드 인사’ 소리는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법관 구성 다양성도 중요하지만, 재판 실력과 해박한 법률 지식 등 능력이 우선이 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정치적인 쟁점이 충돌하는 사건은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법원 사건의 99.9%는 일반적인 법리를 따져야 하는 일반 국민의 사건”이라며 “안배도 필요하지만, 합리적인 판결을 내리는 재판 능력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할 요소”라고 말했다.

양한주 신지호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