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낙뢰… 30초 내 천둥 울리면 즉시 30분 대피를

입력 2023-06-12 00:02
지난 10일 오후 5시33분쯤 강원 양양군 강현면 전진리 설악해변에서 낙뢰 사고로 6명이 쓰러진 가운데 119구급대가 부상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들 중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30대 남성이 끝내 숨졌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군 해변에서 낙뢰(벼락)로 인명피해가 발생하면서 여름철 낙뢰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해 발생하는 낙뢰 대부분이 여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낙뢰는 주변에 높은 구조물이 없는 평지에서 주로 인명 사고가 발생하는데, 이번 양양 사망사고처럼 습한 평지인 해변이나 해수면도 위험 지역이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33분쯤 양양군 설악해변에서 낙뢰에 맞은 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조모(36)씨가 이날 오전 4시15분쯤 사망했다. 조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된 뒤 약 10분 만에 호흡과 맥박이 돌아왔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다.

이번 낙뢰사고로 6명이 변을 당했다. 숨진 조씨를 포함한 5명은 서핑을 끝내고 해변에 앉아 있다가 낙뢰를 맞았다. 다른 1명은 우산을 쓰고 가다가 사고를 당했다. 조씨 외 나머지 5명은 생명에 지장이 없는 상태다.

낙뢰는 구름과 지표면 사이에서 발생하는 번개 현상으로 주로 우기인 여름에 발생한다. 기상청의 ‘2022 낙뢰연보’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평균 10만8719건의 낙뢰가 발생했는데, 이 중 79%인 8만5943건이 여름철(6~8월)에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낙뢰의 90%도 여름철에 발생했다. 가을철(9∼11월) 5.7%, 봄철(3∼5월) 4.1%, 겨울철(12∼2월) 0.2% 순이었다.


같은 기간 낙뢰로 인한 인명피해 사고는 17건이었다. 7명이 목숨을 잃고 19명이 다쳤다. 사상자 절반은 산지에서 피해를 봤고 31%는 골프장 등 평지, 12%와 8%는 각각 실내와 공사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산지는 능선·암벽·계곡 등에 벼락이 잦아서, 실내에서 피해를 본 경우는 대체로 낙뢰가 화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평지는 벼락을 막아줄 높은 구조물이 없어 사람에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 위험하다. 이번 양양 낙뢰사고가 그랬다.

낙뢰는 높고 뾰족한 물체에 떨어지기 쉽다. 낙뢰가 치면 키 큰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는 게 이 때문이다. 높은 구조물은 낙뢰를 흡수하는 역할도 하는데, 이번 양양 낙뢰사고는 해변가 특성상 이러한 구조물이 없었다. 평지에 사람이 서 있다면 ‘피뢰침’ 역할을 해 낙뢰를 유도할 수도 있다. 우산까지 쓰고 있다면 낙뢰에 맞을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고압의 낙뢰는 무조건 피하는 게 중요하다. 낙뢰 예보 시 외출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지만 야외활동 중 벼락이 친다면 건물 안이나 자동차 안으로 대피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전기가 통하는 금속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낙뢰가 칠 경우 전류가 자동차 표면을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오히려 안전하다.

낙뢰가 치면 키 큰 나무나 가로등, 전봇대에서 멀리 떨어져야 하며 우산이나 골프채, 낚싯대는 사용하지 말고 접거나 눕혀놔야 한다. 만일 등산 중 낙뢰가 발생한다면 빠르게 몸을 낮추고 물이 없는 움푹 파인 곳이나 동굴 안으로 대피해야 한다.

특히 ‘30-30 안전규칙’을 기억하고 지켜야 한다. 번개가 치고 30초 내 천둥이 울리면 즉시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고, 마지막 천둥이 울리고 30분이 지난 뒤 움직여야 한다. 번개가 치고 30초 이내에 천둥이 울렸다면 매우 가까운 곳에서 번개가 발생했다는 의미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