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세금이 예상대로 걷히지 않자 정부가 감세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구체적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율) 인상과 유류세 인하 종료 조치가 거론되고 있다.
11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달 중 종부세 공시가율을 발표할 예정이다. 공시가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한다. 주택 공시가격에서 공제금액을 뺀 뒤 공시가율을 곱하면 종부세 과세표준이 된다. 공시가율이 높아지면 과세표준이 상향돼 세금이 늘어난다.
종부세 공시가율은 2008년부터 2018년까지 80%였다. 예를 들어 공시지가에서 기본공제금액을 뺐을 때 1억원인 주택이 있다면 종부세를 매길 때는 8000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종부세 공시가율을 높였다. 공시가율은 국회 입법 없이 정부 시행령으로 결정할 수 있다. 공시가율은 2019년 85%에서 2021년 95%까지 높아졌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출범 직후 ‘징벌적 부동산세 정상화’를 표방하며 공시가율을 60%로 낮췄다.
하지만 세수가 줄어들자 정부는 종부세 공시가율을 80%로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 4월까지 걷힌 국세는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000억원이 줄었다. 세입 확충을 위한 종부세 공시가율 상향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정부는 올해 종부세 공시가율을 80%로 올린다는 전제하에 종부세 세입 예산을 산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공시가격 하락도 정부 부담을 덜어주는 요인이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8.6% 하락했다. 이는 2005년 관련 제도 도입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정부는 이같은 공시가격 하락 영향으로 공시가율이 높아지더라도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류세 인하 종료 가능성도 예상된다. 정부는 지난 4월 유류세 탄력세율 인하 조치를 오는 8월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세수 결손으로 단계적 환원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휘발유 가격이 ℓ당 1600원으로 올라서면서 연장이 결정됐다. 하지만 이후 유류 가격은 안정세를 찾았다. 지난해 유류세 인하 조치로 줄어든 교통·에너지·환경세는 5조 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가 세 부담 완화 정책의 끝을 알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이달 30일로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가 종료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은 2018년부터 5차례에 걸쳐 연장돼 온 대표적인 감세 정책이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