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반 안파는 쿠팡 “中企 즉석밥 매출 100배↑”… CJ와 ‘밥전쟁’

입력 2023-06-12 04:06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즉석밥 전쟁’이 뜨겁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햇반’ ‘비비고 만두’ 등 일부 간편식의 납품 단가에 대한 입장 차로 지난해 말부터 갈등을 빚고 있다. 쿠팡은 CJ제일제당 제품을 6개월 넘게 발주하지 않고, CJ제일제당은 신세계·네이버 등 쿠팡의 경쟁사와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이 와중에 쿠팡이 이례적으로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소·중견기업 제품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CJ제일제당을 ‘독과점 식품기업’으로 겨냥하면서 두 회사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쿠팡은 11일 “지난 1~5월 식품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국내 식품시장에서 수십년간 독점 체제를 구축하던 독과점 식품기업 제품이 쿠팡에서 사라지면서 중견기업 즉석밥 제품은 최고 50배, 중소기업 제품은 최대 100배 이상 성장했다”고 밝혔다.

유통업체가 ‘독과점 식품기업’이라는 표현을 쓰며 입점 업체의 매출 성장세를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더욱이 쿠팡은 특정 카테고리의 매출 추이를 구체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쿠팡이 공개한 수치는 이렇다. 즉석밥 시장 점유율 ‘햇반’이 빠진 쿠팡에서 중소기업 ‘유피씨’는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만407%라는 급성장을 이뤘다. 100배 이상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쿠팡의 ‘곰곰’ 즉석밥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시아스’의 성장률은 7270%에 이르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점유율은 CJ제일제당 ‘햇반’이 66.9%로 압도적 1위,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30.7%로 2위다. 쿠팡에서의 매출 변화가 시장점유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쿠팡과 CJ제일제당이 완전히 결별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 두 회사의 판매수수료 협상은 ‘현재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화합의 길을 열어둔 상태로 각자의 살길을 모색 중인 셈이다.

쿠팡은 ‘독과점 대기업이 빠지자 중소·중견기업 제품이 잘 나간다’는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의 경쟁사와 협업으로 견제에 들어갔다. CJ제일제당은 지난 3월 네이버쇼핑의 ‘도착보장 전문관’에 입점했고, 지난 8일에는 신세계 유통 3사(이마트·SSG닷컴·G마켓)와 협업도 발표했다.

두 회사의 격돌이 소비자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소비자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가격 경쟁 구도가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 그러려면 쿠팡이 유통업계의 독점적 지위를 가져가지 않는 것과 CJ제일제당이 식품 제조 시장을 독식하지 않는 것,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돼야 한다.

식품·유통업계 안팎에서는 두 대기업의 기싸움이 쉽사리 정리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이 쿠팡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면 제조사의 가격 협상력을 낮추는 일로 각인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쿠팡의 지위를 굳혀주면 소비자 입장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