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MZ’ 세대가 있다면 일본에는 ‘사토리’ 세대가 있습니다. 사토리 세대는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입니다. 무엇을 성취하거나 도전하는 것 자체를 포기한 세대. 그래서 ‘해탈했다’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자조적 표현으로 ‘사토리’ 세대라 부르고 있습니다.
요즘 한국인들은 영적인 사토리 세대가 돼가고 있습니다. 종교에 대한 기대가 없는 세대, 신앙이 내 삶에 어떠한 도움도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세대, 교회를 포기한 세대입니다. 이렇게 믿음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많은 세상 속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각오와 태도로 준비해야 할까요.
1세기 사도 바울도 그런 질문을 던졌을 것입니다. 그는 크게 상심했으며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두려워하는 중입니다. 소위 드로아의 환상을 보고 바울 일행은 급히 선교 방향에 큰 수정을 가해 비전을 주신 주님께 순종하며 마케도니아로 갔습니다. 그러나 바울 일행은 복음을 전하는 도시마다 극심한 반대와 핍박을 받았습니다. 빌립보 데살로니가 베뢰아 그리고 아테네에 이르기까지 바울의 전도에 귀 기울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자는 끊이지 않았고 그들은 번번이 내쫓김을 당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고린도에 이르렀을 때의 마음을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약하고 두려워하고 심히 떨었다”(2:3)고 표현합니다.
분명히 비전을 보았는데 앞날이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확실한 비전을 받았는데 미래가 불확실한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지금 심령이 약해지고 두려움에 가득 차 떨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역을 중단할 수도 있는 상황. 이 중요한 시기의 어느 날 밤 바울은 다시 한번 환상을 보게 됩니다.(행 18:9) 주님은 환상 중에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말며 침묵하지 말고 말하라.”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주님은 이어서 바울의 사역 기간 중 가장 중요한 시점에 바울을 새롭게 하시는 약속을 주십니다. “내가 너와 함께 있으매 어떤 사람도 너를 대적하여 해롭게 할 자가 없을 것이니 이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음이라….”(행 18:10)
이 말씀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 있습니다. 격려와 독려입니다. 주께서 함께하시겠다는 약속, 주께서 보호하시겠다는 약속이 바울을 위한 격려였다면, 이 성중에 주의 백성이 많다는 말씀은 바울을 위한 독려였습니다. 구원이 절실한 사람들, 예수가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는 자들이 이렇게 많으니 포기하지 말라는 말씀이었습니다. 이방인을 위해 택함 받은 그릇임을 다시 깨닫게 된 바울은 이후 고린도에서 1년 6개월이나 머물며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한국교회에도 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주님의 격려와 주님의 독려! 우리와 함께하시며 보호해주시겠다는 약속을 붙잡고 한국교회는 두려움을 넘어 평강을 전하는 믿음의 공동체로 서야 합니다. 두려워 떨며 포기하고 있는 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주님의 격려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성중에 내 백성이 많다”고 말씀하시며 구원이 절실한 영혼들을 애타게 찾으시는 주님의 음성을 독려 삼아 우리 존재 이유를 새롭게 살펴야 합니다. 바울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목회 아이디어나 확실한 재정 지원이 아니었습니다. 주의 약속과 독려면 충분했습니다. 우리에게도 오늘 말씀으로 그 약속을 새롭게 주십니다. 주의 복음과 구원이 필요한 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 교회여, 주의 생명을 이어갑시다. 교회의 사명을 이어갑시다.
김대진 수원 하늘누리교회 목사
◇하늘누리교회는 온 세대가 함께 하늘의 이야기를 이 땅의 삶으로 이어가는 제자 공동체로, 연결과 동행, 환대와 포용의 가치를 귀히 여기는 ‘디너처치’ 형태로 모입니다. 경기도 수원 영통구의 교회에서 주일 저녁마다 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