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의 어린 4남매가 경비행기 추락사고로 아마존 열대우림 한복판에 고립된 위기상황에서 40일 만에 기적적으로 생환했다. 이들이 육식 맹수와 독사가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사망한 어머니를 대신한 13세 맏누이의 경이적인 생존 본능 덕분이었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기적의 아이들’로 불리며 콜롬비아를 기쁨의 도가니에 빠뜨린 어린이들은 레슬리 무쿠투이(13)와 그의 9세, 4세, 생후 11개월 동생까지 4명이다.
지난달 1일 아이 4명과 조종사까지 모두 7명을 태우고 콜롬비아 산호세델과비아레로 향하던 경비행기가 카케타주 솔라노 마을 인근에서 추락했다. 아이들의 어머니를 포함한 성인 2명과 조종사는 숨진 채 발견됐다. 함께 타지 않아 화를 피한 아버지는 사고 직후 현지 라디오에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며 자식들의 생환을 기원했다.
콜롬비아 정부는 실종 이후 헬리콥터 5대와 150여명, 탐지견 등을 동원해 수색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유아용 젖병과 먹다 남은 과일 조각 등을 찾아냈고 아이들의 생존 신호라고 봤다. 노력은 결실을 봤다. 군 당국은 전날 아이들이 수도 보고타의 군사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극한 상황에서 4남매는 큰누나 레슬리의 강인한 생존력 덕분에 살아남았다고 전해진다. 레슬리는 비행기 잔해를 뒤져 동생들에게 줄 먹거리를 확보했다고 한다. 아이들의 삼촌인 피덴시오 발렌시아는 병원 밖에서 취재진과 만나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아이들이 잔해에서 파리냐(카사바 가루의 현지 이름)를 꺼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파리냐가 떨어진 뒤에는 과일이나 씨앗을 먹으며 버텼다”고 설명했다. 카사바는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 주로 재배되는 식물로 타피오카 전분의 원료로 사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원주민 가정에서 자란 레슬리가 열대우림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남매는 원주민인 후이토토족이다.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파티마 발렌시아도 “레슬리는 전사 같은 성격이며 늘 숲에서 따온 과일을 동생들에게 주며 돌봤다”고 했다. 이반 벨라스케스 고메스 국방장관은 “세 명의 동생은 레슬리의 보살핌과 정글 지식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레슬리의 용기와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칭찬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직접 병원을 찾아 아이들의 상태를 살폈다. 담당의사인 카를로스 린콘 아랑고는 “아이들에게서 가벼운 찰과상 정도만 관찰됐다”며 “현재 영양·심리 치료를 받는 중이며 2∼3주 안에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된 아이들은 또 다른 기적도 이뤄냈다. 아이들의 실종을 계기로 평소 대립해 오던 콜롬비아 군 당국과 현지 원주민이 협력하기 시작했다. 수색 과정에서 콜롬비아 군대와 원주민 자원봉사자들이 긴밀히 소통하며 함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