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치료·석박사 장학금… 20여년에 걸친 사랑 “이것이 선교다”

입력 2023-06-12 03:00 수정 2023-06-12 11:14
을지자르갈 목사가 11일 서울 종로구 안동교회에서 지난 20년에 걸친 교회의 몽골 복음화 사역을 설명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몽골 출신 을지자르갈(44) 목사는 자신을 “하나님과 한국교회의 특별한 사랑을 받은 사람”이라고 고백한다. 그는 한 살 때 입은 화상으로 흉터가 남은 오른팔을 한국에서 고쳤고 목회자가 되기로 결심한 뒤에는 장학금을 받아 장로회신학대학교(장신대)에서 석사 학위를 땄다. 고국에 돌아가 다음세대를 키우는 교수로 사역하다가 지난 3월부터 다시 장신대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이 같은 활동은 서울 안동교회(황영태 목사)의 특별한 헌신으로 가능했다.

을지자르갈 목사와 안동교회의 만남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안동교회는 몽골에 직접선교를 시작하려던 차였다. 현장 답사를 온 팀을 정성껏 섬긴 이가 울란바토르대학 한국어과를 졸업한 후 안광표 선교사와 동역하던 을지자르갈 목사였다.

11일 서울 종로구 교회에서 만난 을지자르갈 목사와 교회 해외선교국장인 백종관 장로는 20년 전 서로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백 장로는 “을지자르갈 목사 오른팔에 화상 흉터가 있었다. 돌 무렵 뜨거운 물에 데었는데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팔이 점점 오그라들면서 가동 범위가 줄어들고 있다고 했다”며 “한국에 데려와서 수술을 시켜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2004년 안동교회 성도들의 후원과 인제백병원의 도움을 받아 을지자르갈 목사는 두 차례 수술을 거쳐 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다. 그는 “팔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못 했다. 수술 후 내가 받은 이 사랑을 조건 없이 주면서 복음을 증거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몽골로 돌아가 신학을 공부하던 을지자르갈 목사에게 안동교회는 2007년 한국 유학을 제안했다. 그리고 그가 장신대에서 교역학석사와 신학석사를 마칠 때까지 5년여간 장학금을 지원했다. 목회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회 영아부 사역도 맡겼다.

을지자르갈 목사가 2019년 몽골 울란바토르 몽골연합신학교에서 황영태(왼쪽) 안동교회 목사의 설교를 통역하는 모습. 을지자르갈 목사 제공

2012년 학업을 마친 후 안동교회 파송선교사 신분으로 몽골에 돌아간 을지자르갈 목사는 몽골연합신학교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다음세대를 키워내는 일에 힘썼다. 또 전국을 돌며 교회를 세웠고 몽골목사회 임원으로 사역했으며 교육교재 개발과 출판을 하는 등 두세 사람 이상의 몫을 해냈다.

정신없이 바쁜 생활을 하던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아쉬움이 있었다. 앞으로 더 유능한 인재를 키워내기 위해 박사 학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개인적인 출세나 명예를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들에게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하기 위해 박사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고향과 가족을 떠나 3년 이상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쉬운 결심은 아니었지만 그게 하나님이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을지자르갈 목사의 소망을 듣고 이를 또 이뤄준 것도 안동교회였다. 그의 박사 과정 학비까지 대주기로 한 것이다. 덕분에 을지자르갈 목사는 10여년 만에 장신대로 돌아와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안동교회에서 을지자르갈 목사의 존재는 특별하다. 몽골선교의 살아 있는 열매이자 증거이기 때문이다. 선교지와 현지인에게 일회성 지원을 하거나 많은 예배당을 짓는 것보다 신실한 현지인을 세워 선교지를 자립시키는 게 안동교회의 목표였다. 성도들은 마치 딸을 키우듯 그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며 그가 몽골 부흥의 밑거름이 되길 기도했다. “대형교회 후원을 받았으면 을지자르갈 목사가 더 여유 있게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더 많이 해주지 못한 게 아쉽죠.” 백 장로의 말은 영락없는 아버지의 마음이었다.

을지자르갈 목사는 “저는 모든 성도 분을 다 몰라도 성도 분들은 저를 안다. 그 기도의 힘을 몽골에서도 한국에서도 느낀다”면서 “저와 몽골을 사랑해주셔서 감사하다. 열심히 공부해서 그 사랑을 몽골에 더 크게 흘려보내겠다”고 다짐했다.

안동교회는 앞으로도 을지자르갈 목사를 후원하며 몽골 선교를 이어갈 예정이다. 황영태 목사는 “기독교 인구가 2%도 되지 않는 몽골에서 을지자르갈 목사님의 역할이 중요하다. 목사님을 통해 하나님이 역사하실 것을 믿는다”며 “자랑스러운 목사님이 건강하게 계속 쓰임받을 수 있도록 기도하고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