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고교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이 나왔다. 주인공은 덕수고 2학년 우완투수 김태형이었다. 1년여 만의 대기록이었다.
덕수고는 10일 서울 구의야구장에서 열린 주말리그 후반기 서울권A 청원고와의 맞대결에서 4대 0으로 승리를 거뒀다. 승리 자체보다 더 주목을 받은 건 선발투수 김태형의 역투였다. 9이닝 동안 볼넷 두 개만 내준 그는 안타·득점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노히트노런을 달성했다. 삼진을 15개나 잡아냈다.
고교야구에서 노히트노런이 나온 건 1년 2개월 만이다. 지난해 4월 24일 중앙고 3학년 김재현이 동산고를 상대로 기록했다. 그 전엔 5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2017년 배재고 신준혁이 달성한 게 마지막이었다.
고교 레벨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노히트노런은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된 프로야구에선 더 희귀하다. 41년 역사를 통틀어 단 14명만이 레코드북에 이름을 올렸고, 어느 투수도 두 번 달성하지 못했다. 프로야구 첫 노히트노런은 리그 출범 2년 만인 1984년 해태 타이거즈 방수원이 기록했다. 2000년 한화 이글스 송진우까지 1.5년에 한번 꼴로 나오던 노히트노런은 이후 14년 동안 자취를 감췄다. 침묵을 깬 건 2014년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뛴 찰리 쉬렉이었다. 그 뒤로 2019년 삼성 라이온즈 덱 맥과이어까지 3명이 더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모두 외국인 투수였다. 토종 노히터 투수의 명맥은 23년 전 끊긴 셈이다.
이 같은 흐름엔 필연적인 측면이 있다. 선발의 투구수 관리와 철저한 보직 분업을 중시하는 현대 야구의 트렌드 때문이다. 10년 전인 2013년 리그에서 21차례 나왔던 완투는 2019년까지 10회 후반~20회 초반을 유지했으나 2020년을 기점으로 급감했다. 지난해엔 단 6경기에 그쳤다.
실제 올 시즌 들어 11일까지 10구단 선발투수 중 9이닝을 완투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외국인 투수들의 사례에서 보듯 뛰어난 투구 내용만 뒷받침된다면 끊어졌던 명맥이 되살아나지 말란 법도 없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등 투수들에게 여건도 나쁘지 않다. 올 시즌 경기당 평균 득점은 이날 전까지 8.64점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2시즌(8.23점) 이후 11년새 가장 적은 수치다.
덕수고 김태형의 노히트노런도 대기록을 배려한 특수 조항 덕에 나올 수 있었다. 고교야구에선 단일 경기 한계 투구수를 105구로 제한하고 있으나 노히트노런이나 퍼펙트 게임이 진행 중인 경우엔 이를 넘길 수 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