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받고 영업비밀 유출… 훔친 정보로 자국 보조금 꿀꺽…

입력 2023-06-12 04:04
연합뉴스

국내 한 기업의 중국 생산법인에 근무하던 한국 국적 A씨는 돌연 사표를 내고 중국의 한 정보통신(IT) 기업으로 이직했다. 수상함을 느낀 회사 측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연봉과 생활비, 자녀 교육비 등 수억원을 받기로 약속하고 영업비밀을 빼돌린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를 지난 3월 검찰에 송치했다.

국내 산업 핵심기술을 경쟁업체나 중국 등 해외로 빼돌린 산업스파이가 대거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지난 2~5월 4개월간 ‘경제안보 위해범죄 특별단속’을 벌인 결과 77명을 검거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 산하 연구소에서 심혈관중재시술 보조로봇 개발을 담당한 중국인 B씨는 로봇 도면, 연구계획서 등 관련 자료를 지난 2월 중국으로 빼돌렸다. 그는 이 자료를 이용해 중국 정부의 과학기술 인재 유치 사업인 ‘천인계획 프로젝트’에 지원해 보조금을 타냈다. B씨는 범행 후 뒷정리를 위해 한국에 재입국했다가 공항에서 붙잡혔다. B씨는 지난달 검찰에 넘겨졌다.

경찰은 13개 분야, 75개 국가핵심기술을 포함한 산업기술 유출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국수본 직속 안보수사대, 18개 시·도청 산업기술보호수사팀 전원을 투입해 특별단속을 실시했다. 적발 건수는 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건)보다 52% 증가했다.

검거된 사건 중 ‘영업비밀 유출’이 26건(74.3%)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업무상 배임’ 5건(14.3%), ‘산업기술 유출’ 3건(8.6%) 순이었다. 외부인에 의한 유출(14%)보다는 임직원 등 회사 내부자에 의한 유출(86%)이 훨씬 많았다.

피해기업으로는 보안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29건으로 대기업(6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국내 기업 간 기술 유출은 27건이었고, 중국 등 해외 기술 유출도 8건(23%)이나 됐다.

경찰은 10월까지 특별단속을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국내 핵심기술 유출 범죄에 강력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