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최소 2019년부터 미국의 뒷마당인 쿠바에 도청기지를 두고 정보 수집 확대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미국 백악관이 밝혔다. 중국이 쿠바에 도청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기존 보도와 달리 이미 관련 시설이 있다는 것이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방중을 앞둔 상황에서 논란이 불거져 파장이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쿠바 도청기지에서 미국을 감시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행정부가 인계받은 문제”라고 말했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1월 취임했을 때 해외 물류와 기지, 정보수집 인프라를 확장하려는 중국의 여러 민감한 노력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며 “여기에는 쿠바 내 중국 도청기지 존재가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은 2019년 쿠바 도청기지 시설을 업그레이드했으며 이는 정보 문건에 잘 기록돼 있다”고 덧붙였다.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 직후 대서양과 라틴아메리카,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인도·태평양 등에서 글로벌 군사 및 정보 자산을 확장하려는 중국의 노력에 대해 브리핑을 받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중국의 움직임을 저지하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했지만 충분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외교적 및 기타 조치를 추가로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한다.
미 당국자는 “우리 측 전문가들은 외교적 노력이 중국의 속도를 늦췄다고 평가한다”며 중국이 기대했던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8일 중국이 미국과 인접한 쿠바에 도청기지를 건설키로 쿠바 당국과 비밀합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쿠바는 미 플로리다주와 약 100마일(160㎞) 거리에 있다. 당시 미 정부는 “정확하지 않은 보도”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은 블링컨 장관의 방중을 앞두고 불거지면서 지난 2월 정찰풍선 사건 때의 긴장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AP·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블링컨 장관이 오는 18일 베이징을 방문해 주요 인사들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긴장 관리를 위한 소통채널 마련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다.
공화당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응을 강력히 비난했다. 마이크 터너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바이든 행정부는 48시간도 안 돼 중국 공산당이 미국을 염탐하고 있는지에 대해 여러 번 번복했다.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