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11) 신앙적 고백 담아 작곡에 도전… 습작 ‘그래 그래’ 탄생

입력 2023-06-13 03:07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씨가 첫 음반으로 내놓은 ‘날다’의 코드 악보.

천진난만한 청소년 시절의 행보였겠지만 중3 시절 나의 다채로운 행동들은 대부분 발전적인 결과나 값진 열매를 맺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님께 감사해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세계적인 명작들의 뒷 이야기를 살펴보면 그 작품들은 매력이 물씬 느껴지는 특별함이 있거나 이색적인 메이킹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그렇기에 명망 있는 유명 작가들의 독창적인 작품들에는 충분한 설득력이 있는 것이다. 나도 이러한 모습들을 닮아갔다.

기타를 갓 배우기 시작한 왕초보 통기타맨인 나는 삼각대 캔버스 위의 도화지가 아닌 음악 노트의 오선지 위에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다보니 차츰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점점 더 멋스럽게 물들어갔다. ‘창작의 열매’로 채색되기 시작했다.

음악책에 그려진 악보를 보면 대부분 음표의 고저나 길이가 다양하게 펼쳐짐으로써 설득력이 있는 공감대를 만든다. 일반적인 형태였지만 멜로디 구성을 마치 요즘 시대의 랩처럼 한 음이나 단순한 음을 계속 반복하는 형태의 음정으로 간단하게 만들었고, 코드의 조합도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는 ‘Am-C-E-Dm’ 달랑 4개였다.

어쩌면 어른들이 좋아하는 ‘이지 리스닝(easy listening)’ 스타일의 가요풍으로 무작정 작곡에 처음 도전장을 내밀었다. 게다가 가사도 복음성가의 내용처럼 친구 따라 어쩌다가 교회에 간 나의 신앙적인 고백과 소망을 담았다.

굵고도 짧은 작사의 내용을 분석해보면 세상을 선과 악 흑과 백 등 쉽게 구분되는 신앙적 이분법의 시각에 기인해 단순 무식하게 첫 작품의 글을 썼다고 생각한다.

제목은 ‘그래 그래’였다.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 모든 것을 다 준다고 해도, 나 주님 배반 안 하리.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뭐라고 해도, 내 마음 변치 않으리. 랄랄랄 라랄랄라 랄랄랄 라랄랄라 주님을 만났습니다. 랄랄랄 라랄랄라 랄랄랄 라랄랄라 주님만 사랑합니다. 내 마음 변치 않으리.”

지금도 첫 번째 습작이 된 ‘그래 그래’를 머릿속에 다시 떠올려보면 무리한 도전 무모한 도전 무작정 도전의 행보였다는 생각이 밀려들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님을 만나는 첫사랑의 풋풋함과 소중함 그리고 감사함을 포장이나 꾸밈없이 오롯이 순수한 청소년의 감성으로 순박하게 그렸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나의 첫 번째 습작인 ‘그래 그래’는 우리 영성의 가장 밑바닥에서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하는 ‘믿음의 틀을 가감 없이 노래한 귀한 열매’임을 오늘도 고백한다.

존재감과 특색이 있는 작곡가가 된 나는 지난 30여 년간 많은 노래를 만들었고 연주와 가창까지 했고 발표했기에,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넘어 이젠 글로벌하게 지구촌 여러 곳에서도 SNS를 통해 나의 노래를 들었거나 자연스럽게 듣고 있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