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방시대] 영원한 산업수도 울산… 추억의 공업축제 70만명 즐겼다

입력 2023-06-12 21:01
모형선박에 탑승한 김두겸 울산시장과 김기환 울산시의회 의장이 지난 1일 울산 달동사거리에서 울산공업축제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왼쪽). 오른쪽은 울산공업축제 출정식 모습. 울산시 제공

조선·자동차·석유화학 등 3대 주력산업을 보유한 ‘산업수도’인 울산이 35년 만에 ‘울산공업축제’를 개최했다. 2023 울산공업축제는 지난 1~4일 태화강 국가정원 남구 둔치 일대에서 ‘울산에는 울산사람이 있다’를 주제로 진행됐다. 울산시는 산업수도라는 도시 정체성에 부합하는 축제를 통해 기업·근로자·시민의 화합을 도모하고 지역 발전의 발판으로 삼을 방침이다.

울산공업축제는 박정희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다. 1962년 박 전 대통령이 울산을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1967년 울산에 공업탑을 세우면서 축제가 시작됐다. 박 전 대통령 흔적은 지금도 울산 랜드마크인 ‘공업탑’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박정희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이름으로 된 ‘울산공업센타 기공식 치사문’ 기념비다.

당시 공업축제는 볼거리 없던 울산에서 가장 큰 잔치였다. 배고픈 시절에 지역기업들이 설탕과 비료 등을 시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며 분위기를 돋웠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유공 등 기업 근로자들이 제품을 앞세워 행진을 하고, 중·고교생들이 매스게임 등을 펼쳤다.

이후 울산공업축제는 울산시민들의 자부심이 됐고, 울산을 대한민국 산업수도로 이끌어 올리는데 지대한 공헌을 했다. 축제는 1988년까지 22년간 이어지다가 ‘공업’이 공해를 연상시킨다는 여론에 따라 1989년 ‘시민 대축제’로 이름을 바꿨다.

1991년 고 이어령 당시 문화부 장관이 삼국유사 속 처용 설화가 발생한 곳이 울산 처용암이라며 ‘처용문화제’라는 이름을 제안했고, 1995년 처용문화제로 이름을 다시 바꿨다. 그러나 설화 속 역신이 처용의 아내를 범하는 내용이 외설적이고, 프로그램도 처용에 한정돼 시민 전체가 즐길 콘텐츠 부족 등으로 축제는 시민들 관심에서 멀어졌다.

2022년 김두겸 울산시장이 취임하며 공업축제의 부활을 알렸다. 울산시는 이름 공모에 나섰고, 울산공업축제, 굴뚝축제, 태화축제 중 ‘공업축제’를 새 이름으로 선정했다. 울산시가 ‘공업’을 넣은 것은 울산이 더는 공해 도시가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도전과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지난 60년을 기억하고 울산의 공업도시 역사를 다시 쓰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해로 얼룩졌던 태화강은 울산시와 시민들의 노력으로 수달과 연어, 삵이 다시 찾는 생명의 강이 됐다. 다시 살아난 강 덕분에 태화강 옆에 자리한 태화강공원은 2019년 7월 대한민국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울산은 1962년 1월 27일 대한민국 최초로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지정 첫해 수출 26만 달러를 달성했고 2011년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출액이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3 울산공업축제는 시에서 주도하는 홍보성 축제, 공연 중심의 보여주기식 축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참여자 중심의 축제’로 만들어졌다. 거리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32개 공연과 256개 전시·체험 행사가 진행됐다.

최대 관심사였던 첫날 거리 퍼레이드는 소달구지와 경운기로 시작해 울산과 대한민국 산업화의 주역인 울산지역 주요 기업들이 다양한 주제의 모형차량으로 만든 퍼레이드 카 10여대가 줄지어 3㎞ 구간에서 2시간10분간 펼쳐졌다.

축제에는 예상 방문 인원인 40만명을 훌쩍 넘는 7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간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축제 마지막 날인 4일 폐막 불꽃축제에는 15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김철 울산공업축제 추진위원장은 “이번 축제가 미래로 나아가는 울산에 큰 동력을 만들었다”면서 “내년에는 더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만들고 참여하는 축제로 준비해 울산을 대표하는 전국적인 축제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두겸 울산시장
“시민이 직접 준비… 울산 저력 보여준 축제”


"울산공업축제는 1962년 지정된 이후 60년의 노고와 함께 대한민국 산업수도, 가난을 물리치고 현재의 번영을 이룬 울산의 자랑이 담겨있습니다."

울산공업축제를 부활시킨 김두겸 울산시장은 12일 "울산공업축제를 부활한 가장 큰 목적이 '시민 대화합'이었는데 무엇보다 이 목표를 달성하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도전과 혁신으로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킨 위대한 산업수도 울산의 과거 60년을 기억하고, 새로운 도약과 발전의 미래의 60년을 열어나가는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울산의 저력을 보여준 축제였고, 시민들이 직접 울산의 저력을 느끼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특히 내년 공업축제에 대해서는 "시민이 직접 준비하고, 참여하고, 즐기는 시민 중심의 축제로 만들어 나가면서 다른 축제와 차별화하고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축제의 백미인 거리 퍼레이드에 대해 마을이나 학교, 단체 단위로 참가 신청을 받아 시민 참여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시장은 "일만 하는 도시에서 여가를 즐기고 문화를 꽃피우는 도시로 거듭날 것"이라면서 "울산시민의 축제인 공업축제를 통해 '꿀잼'·문화도시로 거듭나고, 울산의 위상을 널리 알려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과 울산의 눈부신 성장 배경에는 시민들의 희생과 묵묵히 일해 온 노동자들의 땀방울, 그리고 도전과 의지로 성공을 이끌어낸 기업가 정신이 있었음을 누구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불굴의 기업가 정신을 계승하고 기업하기 좋은 도시를 조성해 기업투자에 불씨를 지피겠다"고 강조했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