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경사노위 중단·尹 심판 투쟁”… 최저임금위도 살얼음판

입력 2023-06-09 04:04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한국노총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동명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노총이 7년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를 중단한 데 이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전면 투쟁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한국노총은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를 대화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정부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경찰의 강경 진압을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보고 있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에 연행·구속된 한국노총 간부는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이기도 해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위 3차 회의에서 근로자위원 수가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노총은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사회적 대화에 대한 개념도, 의지도 없음을 분명히 보여줬고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다”며 “윤석열 정권의 폭압에 맞선 전면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단순히 사과나 석방 등 하나의 조건을 (사회적 대화)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을 존중하고, 노동계를 대화 파트너로 인정하고 생각하는 진정성이 우러나와야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미 정권퇴진운동에 돌입한 민주노총과 연대 가능성도 내비쳤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비롯해 다양한 노동자와 연대할 것”이라며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전날 한국노총은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참여 중단을 결정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인 2016년 1월 이후 7년5개월 만에 노사정 대화 창구가 완전히 닫힌 것이다.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전남 광양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해 경찰이 과잉진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당시 경찰 곤봉에 맞아 머리를 다친 김 사무처장은 지난 2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구속됐다.

얼어붙은 노정 관계 속에서도 이날 최저임금위 제3차 전원회의는 우려와 달리 예정대로 진행됐다. 한국노총은 단독으로 참여하는 위원회가 아닌 만큼 책임 있게 논의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계는 김 사무처장의 부재로 근로자위원이 1명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해야 표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이 9명씩 동수로 구성된다. 이에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내실 있는 심의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차등 적용할지를 놓고 노사가 본격적으로 맞붙었다. 경영계는 지난해 업종별 차등 적용 부결 이후 공익위원들이 정부에 요청한 연구용역을 거론하며, 그 결과를 공개해 내년에는 반드시 업종별 차등 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는 다음 주부터 매주 2회 전원회의를 개최해 논의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