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컬레이터 역주행… 넘어진 시민들 하단부에 겹겹이 깔려

입력 2023-06-09 04:05
소방 구조대원들이 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수내역에서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역주행 사고로 부상을 입은 시민들을 살피고 있다. 이 사고로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분당선 수내역 2번 출구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8일 오전 역주행해 출근길 이용객 14명이 다쳤다.

오전 8시20분쯤 수내역 2번 출구에서 작동 중이던 길이 9m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아래로 역주행했다. 이 사고로 이용객 3명이 허리와 다리 등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11명은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뒤 귀가했다.

경기소방재난본부가 제공한 CCTV 영상에는 사고 당시 수내역 2번 출구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빠른 속도로 역주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영상을 보면 출근 시간대 시민들이 줄지어 탑승하던 상행 에스컬레이터가 일시 정지하고 몇 초 뒤 갑자기 역주행하기 시작한다. 탑승하려던 시민들은 이를 보고 급하게 뛰어 대피한다. 하지만 앞서 탑승했던 이용객들은 에스컬레이터가 점차 빠른 속도로 내려가자 도미노처럼 줄줄이 넘어진다. 넘어진 이용객들이 하단부에 겹겹이 쌓이고, 그 앞에 서 있던 사람들도 줄줄이 넘어졌다. 일부는 에스컬레이터 난간을 넘어 반대 방향으로 떨어지는 등 아찔한 모습이 이어졌다. 사고 직후 주변 시민들이 모여 아래에 깔린 탑승객을 끄집어내고, 일부를 부축하며 구조를 돕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분당선 수내역의 운영 주체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지만, 에스컬레이터의 운영과 관리는 별도 위탁 업체인 하나엘에스가 맡고 있다. 이 업체는 매달 1차례 수내역 내 에스컬레이터 안전점검을 실시하는데, 사고 에스컬레이터는 지난달 10일 검사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지난해 9월 한국승강기안전공단의 안전점검에서도 이상 없음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도 이날 역주행 사고가 발생하면서 앞서 실시한 안전점검이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에스컬레이터는 사고 당시 수동 조작된 정황도 없는 것으로 확인돼 기계적 결함으로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이 에스컬레이터는 역주행방지장치가 설치됐지만, 이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 노후화 가능성도 있다. 승강기안전관리법에 따르면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는 설치 후 15년이 지나면 3년마다 정밀안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사고 에스컬레이터는 2009년에 설치돼 올해가 14년차다.

사고 현장에는 철도안전감독관과 철도경찰, 교통안전공단 검사관 등이 파견돼 조사에 들어갔다. 지하철사법경찰대와 한국승강기안전공단 등 관계 기관들도 목격자 진술과 현장 분석 등을 통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국토교통부는 에스컬레이터 점검 방법과 유지보수 주기 준수 여부 등 위반사항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에스컬레이터 사고에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 부상자 치료와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조사를 통해 정확한 사고원인을 밝히는 한편 전국 역사 에스컬레이터도 일제점검을 하기로 했다.

성남=강희청 기자, 대전=전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