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임대인 측의 주택 분양 계약이 중도에 해지됐더라도 세입자의 권리는 보호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세입자 A씨가 새 집주인 B씨 등을 상대로 낸 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2017년 10월 경기도 광주의 신축빌라에 대해 보증금 8900만원, 2년5개월 거주 조건의 전세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한 임대인 C씨는 건물주와 분양계약을 맺었지만 잔금을 다 치르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이듬해 3월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았다.
그런데 C씨가 잔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면서 분양계약이 해제됐다. 해당 빌라를 매입해 새 집주인이 된 B씨는 A씨에게 퇴거를 요청했다. A씨는 전세계약 만료 이후까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자 2020년 5월 B씨와 건물주, 공인중개사를 상대로 보증금 반환 소송을 냈다. 이에 B씨는 “무단 거주 기간의 월세를 내라”며 맞소송을 냈다.
1·2심은 B씨 손을 들어줬다. A씨가 임대권한이 없는 C씨와 계약해 문제가 생겼으니 B씨에게 보증금을 돌려줄 책임이 없으며, 오히려 A씨가 B씨에게 밀린 월세를 지급하라는 판결이었다. 다만 공인중개사가 A씨에게 보증금을 반환하라고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반환 책임이 B씨에게 있는 것으로 봤다. C씨가 분양계약을 맺을 당시 건물주에게서 적법한 임대권한도 받은 것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A씨는 적법한 임대인인 C씨로부터 그의 분양계약이 해제되기 전 집을 임차해 주민등록을 마친 상태였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른 대항요건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