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지 떠나 섬김으로 세계 빛낼 너희를 응원한다”

입력 2023-06-09 03:01
파란색 가운의 재한몽골학교 12학년 졸업생들이 8일 서울 광진구 학교 강당에서 ‘마지막 수업’을 함께하고 있다.

8일 오후 재한몽골학교(교장 이강애) 강당에서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 등 모두 87명이 학사모를 썼다.

몽골은 졸업식 때 마지막 수업을 한다. 교사는 졸업하는 12학년 학생들 앞에서 이들이 1학년 때 첫날 배웠던 알파벳 수업을 재연했다. 수업 후에는 교사가 졸업생에게 당부하는 메시지를 담아 쓴 사랑의 편지를 읽었다.

담임교사 에르뎀툭스씨는 “사랑하는 제자들아. 선생님은 너희 노력이 열매를 맺어 앞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분야에서 리더로 빛날 것을 믿는다”고 말했다. 눈물을 참으며 편지를 읽은 그는 “더 넓은 세상을 탐험하기 위해 둥지를 떠나 날마다 더 높이 날고 멀리 보며 멀리 계획하라. 무엇보다 건강을 잘 지키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지혜와 용기, 나눔과 섬김으로 세계를 빛내는 너희를 선생님은 정말 많이 사랑하고 평생 그리워하며 누구에게나 자랑하겠다”고 덧붙였다. 편지 낭송이 끝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파란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은 저마다 눈시울을 붉혔다.

졸업생 대표 너밍씨는 답사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공동체의 소중함을 알려줬던 캠프, 예배 때 큰소리로 찬양하고 믿음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 찬양단이 기억에 남는다”면서 “우리를 따뜻한 마음으로 정성껏 보살펴주신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제 학교를 떠나 거친 세상으로 날아가려 한다. 우리의 비행이 험난할지라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날아가겠다”고 다짐했다.

이강애 교장은 “몽골학교 졸업식이 특별한 이유는 다른 졸업식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인 마지막 수업이 연출되기 때문”이라며 “우리 학교는 몽골과 한국을 잇는 세계적 인재를 길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12월 서울외국인근로자선교회(대표 유해근 목사)가 설립한 재한몽골학교는 서울외국인선교회의 건물 작은 지하공간에서 8명의 학생으로 시작했다. 몽골 근로자 자녀들에게 제대로 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2005년 2월 서울특별시교육청으로부터 외국인학교로, 몽골 교육부로부터 전 세계 유일의 재외 몽골학교로 인가받아 2005년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그동안 재한몽골학교에서 공부하고 졸업한 학생은 694명이다.

글·사진=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