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새것을 좋아합니다. 집도 새집을 좋아합니다. 옛날 집을 구경하거나 며칠 지내는 것은 흥미 있지만 살라 하면 피합니다. 집뿐만 아닙니다. 오랜 시간의 숙성이 필요한 식품이나 세월 흔적이 멋을 더해지는 고풍스러운 것들을 제하고는 대부분은 그렇습니다.
이처럼 새것을 좋아하지만 정작 사람은 모든 것을 낡게 만들어 버리는 존재입니다. 사람의 손에 일단 들어가 사용되기 시작하면 그것들은 헌것으로 변합니다. 물건들은 물론이고 사상도 옛것이 되고 인기 있던 노래도 얼마간 부르고 나면 사람들은 지겨워합니다. 심지어는 사랑도 헌 것으로 만들어서 결혼한 지 이삼 년이 지나면 심드렁해진다는 부부관계 조사도 있습니다. 사랑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자기 자신도 낡게 만들어 가며 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나이 들어가며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고 감각도 낡아지며 생각도 완고해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신앙조차도 낡고 무력해져 버리고 마는 경우가 있습니다. 뜨거웠던 체험도 신앙의 열정도 다 식어버리는 것입니다.
사람은 피조물이어서 하나님이 없이는 스스로 새것이 될 수도 없고 시간을 사는 존재여서 새것으로 유지할 수도 없습니다. 새 물건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것은 곧 낡은 것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만이 만물을 새롭게 할 수 있고 새것으로 유지해 줄 수 있다고 성경은 말씀합니다. 오늘 본문 요한계시록 21장 5절에서 주님은 “보라 내가 만물을 새롭게 하노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은 만물을 지으셨으며, 낡아지는 시간 속에 거하지 않고, 변하지 않는 영원 속에 거하십니다. 하나님은 그의 전능하심과 영원한 생명으로 다른 사물도 그렇게 하실 수 있는 분입니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고린도후서 5장 17절에서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 선언합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믿고 회개하여 성령 안에서 새롭게 되며, 우리 내면의 중심과 삶에 그리스도와 그의 진리를 두고 따름으로 성화 되어 갈 수 있습니다. 바울 사도도 이런 신앙의 차원을 살면서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 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고 고백했습니다. 성경과 신앙의 역사는 끊어지지 않는 그런 사람들의 행렬을 보여줍니다.
요즘 우리 사회는 퇴보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이해 당사자 간에 건전한 상식과 정의에 기초하여 대화와 결정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편향된 주장과 혐오 그리고 극단적 갈등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건강한 사회발전에 기여해야 할 사회지도층들이 오히려 편을 나누고 갈등을 부추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 걱정입니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사회가 건강해지도록 사회적 기풍과 정신을 갱신하고 새롭게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교육과 종교마저도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목사로서 부끄러움과 책임감을 느낍니다.
죄와 탐욕으로 얼룩진 세상 가운데 사는 불완전한 존재로서 우리는 스스로 새로움을 유지해 갈 수는 없습니다. 오직 새롭게 하시는 주님 안에 거함으로써 늘 새롭게 되고 새로움을 유지해 갈 수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먼저 회개하고 주님께로 돌아가서 복음의 진리와 섬김으로 한국 사회를 새롭게 하고 희망을 주던 때로 돌아가야 하겠습니다.
구제홍 목사(명지대 교목실장)
◇구제홍 목사는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이자 교목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도보기도회와 제자들을 위한 세족식, 채플 다변화 등을 통해 캠퍼스 사역에 힘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