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부위원장, 209억 상당 주식 백지신탁 결정

입력 2023-06-08 04:05
사진=연합뉴스

김소영(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최근 209억원 상당의 가족회사 비상장주식을 백지신탁(제3자에게 처분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김 부위원장 취임 후 이 가족회사에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이 시행(국민일보 5월 25일자 16면 참조)되는 등 이해충돌 논란이 커졌기 때문이다.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 부위원장은 본인이 보유한 가족회사 중앙상선의 지분 29%에 대해 백지신탁을 결정하고 관련 서류를 준비하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비상장사 주식 보유가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한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 결정에 대한 불복 소송도 취하할 예정이다.

지난 3월 공개된 김 부위원장의 재산은 293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09억원이 중앙상선 주식이었다. 중앙상선은 김 부위원장 아버지와 형이 운영 중인 가족회사다. 당시 김 부위원장은 이해충돌 우려를 불식하고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현행법상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 등은 직무와 관련성 있는 주식을 3000만원 이상 보유할 경우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최근 금융위에서 추진된 정책이 중앙상선에 특혜를 주려고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뒤에야 백지신탁을 결정했다. 지난달 초 시행된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사 수준의 회계 규제를 받던 대형 비상장사의 자산 기준은 기존 1000억원 이상에서 5000억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 1717억원인 중앙상선이 회계 부담을 덜게 됐다.

금융노조는 김 부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을 높였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충돌 문제를 외면한 금융위를 규탄한다”며 김 부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정치권에서도 김 부위원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김 부위원장을 출석시켜 이해충돌 문제를 따지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불발됐다.

김 부위원장 백지신탁 절차는 조만간 마무리될 예정이다. 김 부위원장은 문제의 시행령 개정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논란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제 책사’로 불린 김 부위원장이 차기 대통령실 경제수석 등의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