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률 상향·우리는 하향… 한국경제 더 뒤처졌다

입력 2023-06-08 04:0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한 번 낮췄다. 반대로 세계 성장률 전망치는 소폭 상승했다. 세계 경제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 차는 1년여 전에 비해 4배 이상 벌어졌다. 제조업·반도체 기반의 한국 경제가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세계 경제 반등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조만간 발표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전망이다.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는 이날 발표한 ‘6월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가 올해 1.5%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3월 발표한 1.6%에 비해 0.1% 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2.3%에서 2.1%로 0.2% 포인트 낮췄다.


2021년 12월 한국 경제가 올해 2.7% 성장한다고 전망했던 OECD는 이듬해 6월(2.5%)부터 5분기 연속으로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OECD는 “방역 조치 해제 이후 대면 서비스 중심으로 민간 소비가 회복되고는 있지만 고금리 여파로 민간 투자가 여전히 부진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수요 감소와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수출 대란’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7%로 지난 3월 대비 0.1% 포인트 올랐다. 에너지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기업·소비심리가 반등한 덕이다. 지난해 9월 한국과 동일한 2.2%의 전망치를 기록했던 세계 경제성장률은 지난 3월(2.6%)부터 2분기 연속 상승하면서 완연한 반등세로 접어들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세계 성장률 전망치 간 격차는 9개월 만에 0.3%포인트에서 1.2% 포인트로 벌어졌다. 같은 날 세계은행(WB)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1월보다 0.4% 포인트 오른 2.1%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와의 디커플링(반동조화) 현상은 반도체·제조업 중심의 한국 경제가 서비스업이 견인하는 세계 경제 회복세에 동참하지 못하는 탓으로 풀이된다. 올해 초 세계 경제는 제조업보다 서비스 부문의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제조업·수출 중심 국가들의 경제가 부진한 상태고, 한국은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 같은 하향 조정 행렬에 동참할지도 관심을 모은다. 최근 국내외 기관들은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달아 낮추고 있다. 한국은행은 전망치를 1.6%에서 1.4%로 내려 잡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수치를 종전의 1.8%에서 1.5%로 변경했다. 1월에 1.7% 성장을 전망했던 국제통화기금(IMF)은 4월 들어 1.5%의 수정 전망치를 제시했다. 반도체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하회하고, 여기에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까지 기대 이하로 드러나면서 본격적인 ‘상저하저’ 우려가 불거진 상태다. 정부 역시 지난해 12월 전망한 1.6%의 경제성장률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