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렸던 대출금리, 은행채 발행 확대에 ‘꿈틀’

입력 2023-06-08 04:04
지난달 29일 서울 시내 한 은행에 붙은 대출 관련 광고물. 연합뉴스

주요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최근 들썩이고 있다. 다음 달 유동성 지표 정상화 조치 등을 앞두고 은행채 발행이 크게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하단 금리가 3%대까지 내려온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은행채(AAA, 5년물) 금리는 지난 5일 기준 4.103%로 지난달 8일(3.880%) 대비 0.225% 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변동형 주담대와 신용대출의 준거 금리로 사용되는 은행채 6개월물 역시 3.578%에서 3.815%로 0.237% 포인트 높아졌다.


은행채 금리가 오른 건 발행액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는 통상 물량이 늘면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발행 금리는 오른다. 지난달 발행된 은행채는 24조7600억원으로 전월보다 10조원가량 많은 수준이다. 월별 순발행액은 1월 4조7100억원, 2월 4조5100억원, 3월 7조4100억원, 4월 -4조7400억원으로 감소하다가 지난달 95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의 순발행 전환이었다.

은행채 발행 증가는 지난 4월부터 발행 한도가 만기 도래 물량의 100%에서 125%로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채권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은행채 발행 한도를 규제했다. 초우량 채권으로 평가되는 은행채 물량 확대는 채권시장 자금을 빨아들여 회사채 등의 수요를 얼어붙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달부터 하반기까지 124조원 규모의 은행채가 만기 도래를 앞둔 만큼 은행권은 차환을 위한 신규 은행채 발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레고랜드 사태 여파로 완화됐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규제가 곧 정상화되는 점도 은행채 추가 발행을 자극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시적으로 LCR 규제 비율을 92.5%로 낮췄지만 다음 달부터 95%로 높이기로 했다. LCR은 향후 한 달간 빠져나가는 자금 대비 예금·국공채 등 자산 비중을 나타낸 유동성 지표다. 이 비율을 높이기 위해서 은행들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자산을 늘려야 한다. 실제로 지난달 대형 시중은행들은 한도 수준까지 은행채를 발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최근 안정세를 찾았던 주담대 변동금리가 다시 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채 금리는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된다. 상승세를 보이는 은행채 금리가 변동금리에 반영될 경우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다만 은행채 금리 상승세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은행권 자금 수요의 주요인은 대출 증가인데 현재 기업과 가계의 대출 수요 감소로 은행권 자금 수요는 제한적일 것”이라며 “연내 시중은행의 은행채 순상환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임송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