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윗선으로 의심받는 송영길 전 대표가 7일 검찰에 재차 자진 출석했으나, 검찰은 예고한 대로 조사를 거부했다. 송 전 대표의 ‘셀프 출석’은 지난달 2일에 이어 두 번째다. 검찰은 수수자로 지목된 현역 의원들부터 수사한 뒤 송 전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면담 불발에 3분 만에 발길을 돌린 송 전 대표는 청사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윤석열 검찰이 정치쇼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돈봉투 의혹 수사와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꺼냈다. 두 사건 모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가 맡고 있다. 송 전 대표는 “김 여사는 소환도 안 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말인가”라며 “검찰은 노골적으로 야당만 공격하는 고려말 무신정권의 머슴 노비, 사병과 같은 모습”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돈봉투 살포 의혹은) 전혀 모른다는 말을 이미 했다”고 거듭 반박했다. 의혹이 불거진 뒤 캠프 관계자들과 접촉한 정황과 관련해서는 “당연히 고생한 사람들을 격려했다”면서도 “이런 얘기를 여기서 할 필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전 대표는 이른바 ‘깡통폰’ 제출 등의 증거인멸 의혹 역시 부인하면서 역으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헌법상 진술거부권과 죄를 인정하지 않을 권리도 있고, 자기 증거 삭제는 증거인멸이 안 된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며 “처벌하려면 한 장관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채널A 사건’ 당시 본인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런 발언에 한 장관은 “마음이 다급하더라도 절차에 따라 수사에 잘 응해 달라”고 일축했다. 또 “자기 범죄를 수사하는 데 여야 균형 문제까지 끌어들일 상황인가”라고 반문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송 전 대표의 연이은 셀프 출석을 두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도 “구속영장 발부를 막으려는 일종의 쇼, 퍼포먼스”라고 촌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오는 12일 체포동의안 표결 전까지 돈봉투 수수자 특정 작업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달 23일 송영길 캠프 서울 지역상황실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새로운 수수자 그룹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박재현 신지호 기자 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