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또 ‘셀프 검찰 출석’ 예고… “면담 무산 땐 1인 시위”

입력 2023-06-07 04:06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지난달 2일 서울중앙지검에 일정 조율 없이 출석한 뒤 조사를 거부당하자 이마를 짚으며 발길을 돌리고 있다. 권현구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과 관련해 7일 다시 검찰에 임의 출두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1차 ‘셀프 출석’을 시도한지 36일 만이다. 검찰은 이번에도 “조사 계획이 없다”고 밝혀 실제 신문은 이뤄지지 않을 공산이 크다. 송 전 대표의 거듭된 자진 출석은 ‘조사 협조 의향이 있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부각시켜 향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하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송 전 대표 측 선종문 변호사는 6일 언론에 보낸 입장문에서 “송 전 대표가 7일 오전 9시30분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수사팀과 면담을 시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출석을 협의한 사실이 없고 조사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2일에도 검찰 만류에도 불구하고 출석했지만, 청사 로비 보안 검색대도 통과하지 못한 채 10분 만에 발길을 돌렸다.

당시 송 전 대표는 검찰청사 앞에서 사전에 준비한 입장문을 꺼내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 송영길을 구속시켜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가 지금 제 발로 찾아오지 않았느냐”며 도주 뜻이 없다는 점도 에둘러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일 페이스북에 “파리에서 귀국한 지 한 달 반이 돼 가는데 검찰은 소환도 하지 않는다”고 적기도 했다.

송 전 대표 측은 2차 자진 출석도 무산될 경우 즉석에서 기자회견을 연 뒤 1인 시위를 벌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1인 시위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예정된 오는 12일까지 이어가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표결을 앞두고 검찰 수사에 맞서는 여론전을 펼쳐 지지층 결집 효과도 노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두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될 경우 법원에서 구속전 피의자심문이 열리게 된다. 서초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송 전 대표가 향후 있을 구속영장 청구에 대비해 ‘자진 출석해 수사에 협조하려 했다’는 불구속 수사 명분을 쌓으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돈봉투 수수자로 분류된 현역 의원들을 상당 부분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는 전날 국회 사무처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전·현직 국회의원 29명의 국회 본청·의원회관 출입 기록을 확보했다. 검찰은 수수 의혹 의원들의 시간대별 동선을 확인하고 있다. 수수자 특정 작업 등이 마무리된 이후 돈봉투 의혹 종착지로 지목된 송 전 대표에 대한 직접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