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층 예배당 가득 메운 성도들 기도로 어둠 밝혀

입력 2023-06-07 03:01 수정 2023-06-08 10:14
이른 새벽 호렙산 기도회에 참석한 광림교회 성도들이 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교회 본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5일 막이 오른 기도회는 다음 달 14일까지 이어진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6일 오전 4시.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교회에 들어서자 새벽같지 않은 분주한 분위기였다. 차량 행렬의 불빛과 총총걸음으로 예배당에 들어서는 인파로 교회 일대는 북적였다. 광림교회(김정석 목사·사진)가 5일부터 대장정에 나선 ‘제35회 호렙산 기도회’ 둘째 날 풍경이다. ‘기도함으로 하늘의 문을 열라’를 주제로 한 기도회는 다음 달 14일까지 40일간 이어진다.


올해 기도회는 특별하다.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그동안 소규모로 진행됐던 기도회는 본격 대면행사로 전환되면서 성도가 1·2층 예배당을 가득 채웠다. 나이 든 어르신은 물론 어린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의 모습도 눈에 많이 띄었다.

새벽기도회는 찬양으로 문을 열었다. 경쾌한 곡조로 예배당을 휘감아도는 찬양 소리는 피곤한 육체와 잠든 영성을 흔들어 깨우는 강렬한 그 무엇과도 같았다. 이어지는 통성기도 시간. 두 손을 꼭 모은채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중년 남성부터 두 팔을 높이 치켜들고 울부짖듯이 간구하는 여성,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저마다 간절해 보였다.

설교 시간이 되자 김정석 목사가 강단에 섰다. ‘인생의 한밤중에 드리는 기도’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한 김 목사는 “진정한 예배와 기도는 교회로 발걸음을 내디딜 때부터 시작된다”며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기도함으로써 어둠을 환히 밝히는 우리 모두가 되자”고 권면했다.

호렙산기도회는 광림교회의 또 다른 트레이드마크다. 1989년부터 매년 이어진 기도회는 김선도(1930~2022) 목사가 기도의 회복을 부르짖으며 시작한 기도회다. 한국교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특새’(특별새벽기도회)라는 용어가 바로 이때 이 교회에서 유래된 것으로도 전해진다.

‘호렙산’이라는 명칭도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호렙산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삼각형의 반도인 시나이 반도에 솟아 있는 산이다. 구약성경에서 모세가 ‘불붙었으나 타지 않는 떨기나무’ 앞에서 소명을 받은 곳이자 엘리야 선지자가 영적인 회복을 경험한 곳이다. 광림교회 관계자는 “성도들이 지금 처해 있는 곳이 곧 호렙산이라는 믿음을 갖고 가정과 교회 나라와 민족 세계 열방을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36년간 이 교회를 다닌 한상미(65) 권사는 “남편과 이별하는 등 두려움과 불안이 가득한 삶을 살았다”며 “하지만 기도회에 나와 모든 걸 내려놓고 기도하면서 삶이 기쁨으로 변하는 기적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오전 6시.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기도회를 마치고 나오는 성도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았다. 교회 정문 앞 현수막에 적힌 성경 구절이 아침 햇살을 받아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여호와여 내게 응답하옵소서 이 백성에게 주 여호와는 하나님이신 것과 주는 그들의 마음을 되돌이키심을 알게 하옵소서 하매.”(왕상 18:37)

글·사진=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