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만에… “천안함 자폭” 민주 혁신위원장 낙마

입력 2023-06-06 00:02
5일 더불어민주당 쇄신작업을 이끌 혁신기구 수장에 임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사의를 밝혔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이 5일 혁신기구 위원장으로 임명한 이래경(69)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이 선임 9시간 만에 전격 사퇴했다. ‘천안함 자폭’ 등 이 이사장의 과거 SNS 발언을 두고 비난 여론이 들끓자 급히 거취를 정리한 것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야심차게 띄운 혁신기구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되면서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이사장은 5일 저녁 입장문을 통해 “민주당의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것에 일조하겠다는 일념으로 혁신기구의 책임을 어렵게 맡기로 했으나, 사인이 지닌 판단과 의견이 마녀사냥식 정쟁의 대상이 된 것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논란의 지속이 공당인 민주당에 부담이 되는 사안이기에 혁신기구의 책임자 직을 스스로 사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 혁신기구를 맡아서 이끌 책임자로 이래경 이사장을 모시기로 했다”며 “명칭과 역할 등에 대한 것은 모두 혁신기구에 전적으로 맡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명 직후 이 이사장이 과거 SNS에 올린 과격한 발언들이 공개되면서 당 안팎에서 임명 철회 주장이 잇따랐다. 그는 지난 2월 중국의 정찰풍선이 미국 영공에서 격추됐을 때 페이스북에서 “자폭된 천안함 사건을 조작해 남북관계를 파탄 낸 미 패권 세력이 이번에는 궤도를 벗어난 기상측정용 비행기구를 국가위협으로 과장했다”고 주장했다.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폭침이 아닌 자폭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이사장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도 “북한의 폭격일 것이라는 건 근거가 없고, 자폭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발언 논란이 거세지자 이 대표는 “저희가 정확한 내용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내에선 “간첩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이 이사장의 사퇴 입장에 대해 이 대표는 “본인이 사임하겠다고 해서 본인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빠른 사퇴로 ‘천안함 자폭’ 발언 논란은 진화됐지만, 이 대표의 리더십은 또다시 흔들리게 됐다. 수도권의 한 비명(비이재명)계 의원은 “현재 민주당의 ‘리더십 리스크’를 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서둘러 수습하지 않으면 이재명 책임론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 이사장 사퇴에 대해 “성난 민심에 뒤늦게 직을 사양했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미 상처받은 천안함 용사들에게 용서가 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박장군 최승욱 기자 genera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