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여성 약물 중독자를 위한 중독재활치료 시설이 처음 생긴다. 한국다르크협회(DARC·약물중독재활센터)는 오는 20일 ‘여성다르크’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이 협회를 이끌고 있는 임상현 목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성 약물 중독자에 대한 재활치료 요청이 늘어나 (시설 운영을) 더 미룰 수 없어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발간한 대검찰청의 마약류 월간동향 자료를 보면 올해 1~3월 여성 마약사범은 1037명으로 집계됐다. 마약사범 4명 중 1명가량이 여성인 것이다. 5년 전인 2018년 1분기 보다 3배(389명)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성 마약사범들이 해독치료 후 중독의 늪에서 벗어나 재활할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임 목사는 “주변을 보면 여성 마약중독자가 늘어난 상황을 실감한다. 과거 다르크 활동을 하면서 만나 여성 중독자가 100명에 한두 명 정도였다면, 이제는 10명 중 3명은 된다”고 말했다.
임 목사는 여성다르크 공식 출범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재활 의지가 있는 여성 중독자 2명을 먼저 받았다. 경기도다르크 인근에 숙소를 마련해 자신의 부인에게 여성중독자 관리를 맡겼다. 입소한 여성은 낮 시간 동안 경기도다르크에서 교육받고, 숙소에서 임 목사 부인과 함께 생활하며 아침저녁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임 목사는 “열악한 재정 상황 등으로 여성 중독회복자를 관리자로 구하기 어려웠고, 그렇다고 일반인에게 이 일을 맡길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마약중독에 대한 경험적인 이해가 없는 일반인은 중독자가 갈망이 왔을 때 감당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는 “일단 40년 동안 제 마약중독 치료를 도왔던 아내가 여성 중독자들을 돌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다르크협회 상임이사인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약물 중독은 평생 재발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질병”이라며 “암도 진단을 받은 뒤 의지가 있어야 치료가 되는 것처럼 약물중독도 질병이라고 인정하고 치료를 받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이 필요하지만 갈 곳 없는 여성 중독자들이 많다”며 “병원에서 해독 과정을 거친 후에 스스로 단약하기 어렵다면 중독회복자들과 함께 재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성다르크가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은 아직 4명 정도다. 입소를 요청한 여성 중독자가 10여명에 이르지만 현실적 여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임 목사는 “최근 (마약중독 전문치료 기관) 인천참사랑병원에서 만난 여성 중독자 2명이 입소를 희망했지만, 재활 의지 등을 살핀 뒤 받지 않기로 했다”며 “당장은 치료 가능성이 높은 사람을 우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르크는 약물중독회복자가 직접 운영하는 시설로 임 목사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있는 경기도다르크를 운영하고, 인천에선 최진묵 센터장이 인천다르크를 운영하고 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