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목회지대물림방지법’ 개정하나

입력 2023-06-06 03:01
예장통합 총회 목사와 장로들이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정치부 정책협의회에서 안건을 논의하고 있다. 예장통합 총회 제공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총회장 이순창 목사) 총회가 사실상 목회지대물림 방지법을 전면 개정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목회 세습을 막아놓은 현행 헌법을 교회 구성원의 일정 비율이 찬성하면 목회지 대물림이 가능하도록 관련 조항을 고친다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이뤄질 경우 예장통합 교단이 관련법을 도입한 지 10년 만에 목회지 대물림의 길을 터주는 셈이다.

5일 예장통합 총회에 따르면 총회 정치부(부장 김성철 목사)는 최근 4개 권역에서 잇따라 정책협의회를 열고 목회지대물림 방지법 개정안을 꺼내 들었다. 교단 정치부 정책협의회는 교단 현안에 대해 정치부가 논의한 내용을 산하 교회에 소개하고 의견을 모으는 자리다. 여기에서 나오는 안건 대다수가 관련 부서 회의를 거쳐 9월 정기총회에 상정되기에 ‘미리 보는 총회’라고도 할 수 있다.

정책협의회에서 정치부는 ‘교회가 목회지 대물림을 진행할 경우 의결 정족수를 80%로 높이는 안’을 제안했다. 기존 위임목사 청빙 의결 정족수가 3분의 2인데, 목회지 대물림을 할 경우에는 5분의 4로 요건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앞서 예장통합은 2013년 총회에서 목회지대물림 방지법을 결의하고 총회 헌법 제28조 6항(정치편)에 ‘은퇴하는 담임 또는 위임목사의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 시무장로의 배우자와 직계비속 등은 해당 교회에서 청빙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 총회 정치부의 제안대로 헌법을 개정하면 사실상 목회지 대물림의 길을 열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부는 개정 이유로 “교단의 정치 원리 중 하나인 교회의 자유(헌법 정치 제2조)를 보장하고 목회지 대물림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제시했다.

예장통합 총회 정치부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목회지 대물림 관련 소송과 관련해) 명성교회가 대법원에서 승소하면서 현실적으로 목회지대물림 방지법이 사문화됐다. 또 우리 교단의 헌법은 양심의 자유와 교회의 자유에서 출발하는데 현재 이 법안은 이를 구속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높이는 것으로 법의 맹점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예장통합 목회자 모임인 ‘신앙고백모임’의 박은호 회장은 “교회의 자유는 공공성 밑에 있는 것이다. 개교회의 자유를 위해 공동체가 무너져선 안 된다”며 “목회지 대물림은 교회의 대사회적·선교적 거룩성을 해치는 일이기에 이 같은 개정안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정책협의회 안건은 추후 총회 임원회 등을 거쳐 오는 9월 교단 정기총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