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만’. 지난해 증권가에서 나온 리포트 중 매도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사라’고 외치는 매수 의견 일색인 분위기에서 ‘투자에 신중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애널리스트가 있다. 올 초부터 시작된 2차전지 투자 열풍 속에서 처음으로 에코프로 그룹주에 대한 ‘중립’ 의견을 낸 한병화(사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얘기다. 한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본사에서 진행된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정확한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본분을 다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30년차 베테랑 애널리스트다. 시시각각 요동치는 증권가의 역동성에 끌려 대학생 때부터 신문을 사면 증권 면부터 펼쳐봤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대학 졸업 전 증권사 영업직으로 취직해 10년간 일하던 중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그는 “주식의 진정한 가치와 기업의 기대 수익, 성장 가치를 계량화하는 작업을 밀도 있게 배우고 싶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종으로 커리어 전환을 하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그의 전문 분야는 그린산업이다. 미국 유학을 마친 뒤 2006년 현대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할 때부터 줄곧 풍력, 태양광 등 그린산업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팠다. 한 연구원은 “초기에는 부침도 심해서 그린산업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었다”며 “일종의 의무감으로 그린산업을 다루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2차전지 투자가 한창 과열되던 때 처음으로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중립 의견을 낸 것도 의무감 때문이었다고 한다. 한 연구원은 “지금도 에코프로비엠 리포트 관련해 항의전화를 많이 받는다”면서도 팩트에 기반한 기업 가치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고 했다. 또 “과거에는 한국전력 종목에 대한 중립 의견을 가장 처음으로 낸 일이 블룸버그에 실렸었다”고 덧붙였다.
에코프로비엠은 여전히 비싸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한 연구원은 5일 통화에서도 “유튜브로 형성된 편향된 믿음이 개인투자자들 사이에 만연하다”며 “에코프로비엠의 주가수익비율(PER)은 60배 정도로 해외업체와 비교했을 때 6배가량 차이가 난다. 산업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개인 수급으로 과열된 양상”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환갑을 맞고 싶다는 그의 목표는 그린산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한 연구원은 “산업 성장의 촉진자로서 글로벌 시장에서 그린산업이 주류로 자리 잡을 때까지 계속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