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민기 목사의 플랜팅 시드] <11> 성도들이 떠날 때

입력 2023-06-06 03:04
미드저니

지난 주일 라이트하우스서울숲에서 4주년 예배를 드렸다. 4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출발선이었던 서울 방배동에서부터 현재 서울숲까지의 여정이 쉽지 않았다. 그동안 라이트하우스서울숲을 이끌어 온 젊은 목회자(임형규 목사)의 리더십과 메시지가 크게 쓰임 받았다.

4주년 때 말씀을 전하며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삶과 교회가 되자고 외쳤지만 그중 중요한 부분은 ‘더 이상 헤어지지 말자’는 메시지였다. 그 메시지의 배경은 명확했다. 초창기 멤버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라이트하우스서울숲은 이제 주일에 예배를 세 번 드리고 모든 예배가 성도들로 가득 차는 공동체가 됐다. 그래도 그들이 보이지 않음에 마음이 무겁다.

교회 개척의 기쁨은 성도들이 오는 것이다. 새로운 성도들이 오고 정착하면서 신앙이 회복되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다. 그리고 가장 큰 아픔은 성도가 떠나는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목회 경험이 쌓여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떠남은 축복 속에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서로 오해하고 서운해하며 좋았던 시간만큼이나 깊은 상처를 낸다. 목사는 그때도 설교해야 하고 양육해야 한다. 가정의 가장이 아무리 어려워도 든든히 서 있어야 하듯 목사도 그렇다.

목회자 혼자 있을 때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때 다르게 말을 전했으면 그 성도가 공동체를 떠나지 않았을 텐데’….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생각들이 마음을 훔쳐 가고 평안은 저 멀리 도망간다. 교회를 세울 때의 기쁨은 잊히고 우울함과 절망이 어두운 구름으로 몰려온다. 자기도 모르는 새 부교역자 자리를 인터넷에서 알아본다.

불안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목회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다. 오늘 좋아도 언제 시험이 올지 모르고 오늘까지 어려워도 내일부터 좋아질 수도 있다. 하나님을 붙잡는 믿음은 고통 중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밧줄이다. 그런데 어려우면 그 밧줄을 잡을 힘조차 없다. 그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게 있다. 지금도 나와 함께해주고 있는 성도들이다.

자칫 잘못하면 나를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성도들을 보며 감사하는 것보다 어려움과 상처에 더 붙잡힐 수 있다. 이는 목사가 하게 되는 치명적 실수 중 하나다. 존경하던 정필도 목사님께서 해주시던 말씀이다. 설교도 말 안 듣는 성도를 향해 준비하지 말고 자신에게 가장 집중하는 성도를 향해 준비하자. 그러면 설교가 축복이 된다고 하셨다. 불안 속에서 어두움을 바라보지 말라.

떠나는 성도 속에 남아있는 분들의 귀함을 잊지 말자. 불안과 가슴앓이 속에서 감사와 축복을 잊지 말자. 너무 속으로 앓지 말고 누군가와 솔직한 대화를 통해 새로운 힘도 얻자. 최근 찾아오신 목사님은 지난 3년간 코로나도 있었지만 단 한 분의 방문자도 없었다고 한다. 목회를 계속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물었다. 내가 어찌 그 답답함을 시원하게 할 수 있겠나. 나는 그저 목사님께서 처음 교회를 시작했을 때 꿈꾸던 교회가 존재하는지 물었다. 잠시 후 그는 환한 표정으로 그 교회가 있다고 말했고, 나는 그러면 답을 아시지 않냐고 얘기했다. 우리는 웃었다.

꿈이 있어도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스템을 갖추라는 조언들이 있는데 그것은 교회 개척을 해보지 않은 것이다. 개척에 시스템이 어디 있나. 그저 맨땅뿐이고 맨땅은 혹독하다. 그러나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듯 새 시대에 교회는 새롭게 개척돼야 한다. 비록 성도가 떠나고 재정이 없어도, 우리는 이 길을 가는 개척자이다.

지금 있는 성도가 진짜다. 그들을 섬기면 된다. 떠난 사람 아쉬워하지 말자. 미워하지도 말고 마음에 두지 말자. 오늘도 출근해서 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정신 차리고 말씀을 준비하자. 개척교회 목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설교 준비다. 제일 좋은 것으로 성도들을 먹이자. 오늘도 텅 빈 마음을 설교 준비로 채우고 있는 개척 동역자들을 응원한다.

라이트하우스무브먼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