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 사건을 심리한 1심 법원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북한에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을 약속했다는 공소사실을 ‘사실’로 인정했다. 검찰 안팎에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연결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제3자 뇌물 혐의 수사에도 길이 트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1심 판결문에서 안 회장이 북한에 21만여 달러와 180만 위안을 건넸다고 인정했다. 1차로 2018년 12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에게 7만 달러, 2차로 2019년 1월 송명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실장에게 14만5040달러와 180만 위안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수수자가 북측 인사라 직접 조사가 불가능한 만큼 돈이 전달된 과정과 자금 성격을 입증하는 게 관건이었는데, 재판부는 ‘로비자금’ 성격의 송금이었다고 판단했다.
쌍방울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쟁점이었던 경기도 측의 스마트팜 사업비 대납 약속 역시 인정됐다. 2018년 12월 중국 선양에서 김 전 회장을 만난 김성혜 조선아태위 실장이 이 전 부지사가 50억원 상당의 비용 지원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하자 김 전 회장이 ‘대신 내주겠다’는 취지로 답한 게 사실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에 앞선 2018년 10월 안 회장이 이 전 부지사 소개로 쌍방울 측을 만나 아태협이 개최하는 국제대회에 지원금 명목으로 2억원을 기부해 달라고 요구했고, 실제 기부가 이뤄졌다는 대목도 사실로 인정됐다.
검찰은 해당 판결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남은 대북송금 수사의 혐의 구성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제3자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인데, 쌍방울의 대납 약속 여부 등 주요 쟁점이 800만 달러 대북송금 의혹과 겹친다. 당시 경기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건 관여 여부에 대한 규명 작업도 남아 있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가 철저히 침묵하고 있는 만큼 당시 상황을 보고받았던 국가정보원 직원을 법정에 증인으로 불러 ‘대납 약속’ 사실을 확인할 계획이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