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꿈꾸는 22세 성악가, 亞 남성 최초로 일냈다

입력 2023-06-05 04:06
김태한이 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열린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결선에서 열창하고 있다. 1988년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김태한이 처음이다.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홈페이지 캡처

세계 3대 콩쿠르 가운데 하나인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 성악가 김태한(22·바리톤)이 우승을 차지했다. 1988년 대회에 성악 부문이 신설된 이후 한국은 물론 아시아권 남성 성악가가 우승한 것은 김태한이 처음이다. 또한, 한국은 첼로 부문으로 열린 지난해 대회에서 우승한 최하영에 이어 2년 연속 대회를 석권하며 K클래식의 위세를 뽐냈다.

김태한은 4일 새벽(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보자르에서 진행된 성악 부문 결선 결과 1위로 호명됐다. 성악 부문에서 2011년 소프라노 홍혜란, 2014년 소프라노 황수미에 이어 세 번째 한국인 우승자다. 김태한은 2만5000유로(약 3500만원)의 상금과 함께 다양한 콘서트 기회를 얻게 됐다.

선화예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김태한은 현재 국립오페라단 오페라 스튜디오에서 김영미 교수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 100% 순수 국내파다. 2000년 8월생으로 이번 대회 12명의 결선 진출자 중 가장 어리며, 지난해 9월 독주회에 갓 데뷔했다. 2021년 국내 콩쿠르에서 잇따라 2위를 차지한 김태한은 지난해 스페인 비냐스·독일 슈팀멘·이탈리아 리카르도 잔도나이 등 3개 국제콩쿠르에서 특별상을 수상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번 대회의 경우 전 세계 412명의 성악가가 지원, 예선 영상 심사를 통해 한국인 18명을 포함한 68명의 참가자가 본선에 진출했다. 그리고 12명이 진출한 결선에는 김태한 외에 정인호(31·베이스), 다니엘 권(30·바리톤) 등 3명이 진출했다. 김태한은 결선에서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 중 ‘오 카를로 내 말을 들어보게’, 코른콜트 오페라 ‘죽음의 도시’ 중 ‘나의 갈망, 나의 망상이여’ 등 네 곡을 선보였다. 12명 중 6위까지가 입상자에 해당하는데, 이번 대회 결선 진출자 중 유일한 베이스인 정인호도 5위로 입상에 성공했다. 이로써 한국은 성악 부문에서는 처음으로 2명이 동반 입상하는 기록도 세웠다.

김태한은 1위 수상 이후 인터뷰에서 “레퍼토리 선정에 많이 고민했다. 관객들에게 언어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최대한 과장하지 않고 진정성 있게 노래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태한의 우승 소식을 벨기에 현지 매체들도 빠르게 전했다. 현지 유력지 ‘르 수아르’는 “올해 콩쿠르 결선 진출자 중 가장 어린 김태한은 앞서 RTBF 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 ‘슈퍼스타가 되는 것’이라 답했다”며 “그의 연주는 그의 바람이 이뤄질 거라는 점을 입증했다. 부드럽고 절제된 소리에 진정성을 담아 노래한다. 안정적인 고음은 감동적이며 이야기를 성숙하고 섬세한 방식으로 전달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올해 대회에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 성악가 조수미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의미를 더했다. 조수미는 “김태한이 나이가 어린데도 노래를 들었을 때 가슴에 와닿는 공연을 했던 것 같다”면서 “후배의 콩쿠르 우승이 내가 우승했을 때보다 더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