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저트를 하는 게 행복하지 않아서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만들고 싶었어요. 디저트를 만들 때 제일 행복한 것 같아요.”
국내 최초 디저트 서바이벌인 티빙 오리지널 ‘더 디저트’에서 최종 우승한 박지오 셰프가 눈물을 훔치며 소감을 밝혔다. 스물다섯 살인 그는 자신보다 훨씬 오래 경력을 쌓아온 파티시에들을 제치고 최후의 1인이 됐다. 4월 26일 처음 방영된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31일 종영했다. 자신의 브랜드 론칭을 꿈꾸는 젊은 디저트 셰프 10명이 9박 10일 동안 합숙을 하며 펼치는 국내 최초 디저트 서바이벌이다. 우승자에게는 브랜드 론칭 지원금 1억원이 주어졌다.
연출은 넷플릭스 ‘솔로지옥’의 김나현 PD, 티빙 예능 ‘청춘MT’의 정종찬 PD가 맡았다. 두 사람을 지난달 25일 서울 마포구 티빙 본사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연출자로서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디저트 서바이벌은 해외에선 많이 제작된 포맷이지만 국내엔 없었다. 정 PD는 “성수동에 가면 디저트 천국이다. 우리나라에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으면 이제 디저트 서바이벌을 만들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쉽지 않았다. 정 PD는 “어떤 장비를 준비해야 하고, 재료는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지조차 잘 몰랐다. 미션 시간은 또 얼마나 줘야 결과물의 완성도도 높고 예능적으로도 너무 늘어지지 않게 구성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털어놨다.
처음엔 해외 프로그램을 참고했다.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김 PD는 “우리랑 정서가 달랐다. 외국인들은 빵이 주식이다 보니 그것 자체만으로 이야기가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잘하려면 그것만으론 부족했다”며 “그래서 개성이 강한 출연자들과 함께 드라마가 있는 서바이벌을 만들어보기로 했고, 합숙을 생각했다”고 전했다.
서사가 있는 서바이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출연자였다. 그만큼 참가자 선정에 공을 들였다. 실력이 있으면서 개성이 있는 사람을 뽑았다. 화려한 경력보다는 꿈에 대한 열망을 봤다. 출연자들은 초반부터 신경전을 펼치면서도 선의의 경쟁을 통한 동료애를 보여줬다. 재료를 못 찾거나 장비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참가자를 보면 경쟁자라도 선뜻 도왔다. 그 때문에 서바이벌치곤 다소 ‘순한 맛’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김 PD는 “출연자 선정 단계부터 ‘아, 우리는 밀가루가 날아다니는 독한 서바이벌은 만들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디저트를 만드는 사람들은 차분하고 섬세한 사람이 많아서 멱살 잡고 싸우기보단 조용하고 치열하게 경쟁했다”며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 명확하게 아는 이들이기에 어느 정도 매콤함이 녹아있는 서바이벌이었다”고 설명했다.
디저트를 좋아하는 사람들, 파티시에를 꿈꾸는 이들은 피드백을 줬다. 정 PD는 “조리고에서 ‘더 디저트’를 교보재처럼 쓰고 있다고 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김 PD는 “‘더 디저트’를 하고 나서는 무스 케이크 하나를 만들려고 얼마나 많은 공이 들어갔는지 알게 돼서 그냥 먹지 않게 됐다”며 “디저트는 먹을 수 있는 예술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 프로그램의 큰 테마는 꿈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을 보며 시청자도 ‘나도 일을 할 땐 열정적이고 치열했지’하는 생각을 하며 드라마처럼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