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조병석 (6) 뒤늦게 배움에 눈뜨며 6학년 땐 부반장 임명 ‘기적’도

입력 2023-06-06 03:04
그룹 여행스케치의 리더 조병석 씨가 새롭게 전학을 오게 된 서울 중대초등학교 전경.

초등학교 시절 내내 ‘땡땡이’로 일관했다. 이런 학교생활 때문에 정상적으로 등교해 출석한 날보다 결석한 날이 훨씬 더 많았던 문제아의 행보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여러가지 밭에 뿌려진 씨앗의 이야기를 예수님께서도 이미 오래전에 비유의 말씀으로 하셨듯. 황무지 같은 돌밭, 길바닥이나 가시밭 위에 뿌려졌던 한 아이의 작고 여린 씨앗이 전학 후 토양의 질이 달라지고 찰진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내다 보니 어느새 뿌리도 깊이 내려 싹을 틔웠다.

가녀린 줄기의 구석구석까지 거름으로 알차진 양분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그 중심도 점점 굵어지고, 추후에는 싱그럽게 푸르러 풍성한 잎들을 가진 아름다운 모습의 아름드리 나무로 날마다 더 멋스럽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엉뚱한 자리에 잘못 끼워서 옷 전체를 엉키게 한 첫 단추를 다시 열어 뺀 뒤에, 원래 제자리를 찾아 제대로 끼운 감사의 시간들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3~4학년까지는 선생님의 말씀과 수업시간에 들었던 대부분의 설명들이 귀에는 잘 들어왔지만, 머리와 가슴으로까지 전달되지 않았던것 같다. 진정으로 내 것이 돼가는 소화와 학습의 과정을 감당하기엔 물리적으로 과부하가 있었다. 과목별 이해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고 기억한다.

어쩌면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아웃사이더적인 성향을 띠었던 건 ‘이해력이 부족한 유전자를 가졌기에 흥미와 관심 유발의 기회가 적었거나 천성적으로 게으름을 타고 났거나’였을 것이다.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흐름을 자율적이고 능동적으로 따라가기엔 어려움이 있는 ‘조금 느린 학습자’였다는 생각이 든다. 그 당시엔 지금처럼 조기교육의 열풍으로 어른들보다도 더 바쁜 하루하루를 매일 살아가며 전문적으로 학원을 통해 배우는 유치원생, 초등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조금 느린 학습자였던 나는 ‘나머지 공부’라는 단순한 방과 후 시스템을 가져야만 했었다.

6학년이 됐을 땐 나머지 공부의 시간이 복습과 예습을 동시에 하는 발전적인 충전의 열매로 맺어졌다. 이는 오히려 ‘선행학습’으로의 귀한 시간이 됐다. 시험 점수도 6년을 통틀어 처음으로 90점 95점 100점을 맞는 행보로 이어졌다. 학급 간부인 반장과 줄반장 사이의 완충지대요, 총무격인 부반장으로 선출되는 ‘기적’도 일어났다.

리더십이라곤 하나도 없었던 내가 부반장으로 임명된 것은 마치 무소속으로 출마한 ‘듣보잡’ 초짜 후보가 지역구에서 3선 의원을 누르고 당선되는 것처럼 낙타가 바늘귀로 들어가는 정말 믿을 수 없는 대사건이 됐다.

아무리 생각해보고 또 생각을 해봐도, 초등학교의 마무리인 6학년 졸업반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팀의 리더로서 30년 넘게 ‘여행스케치’를 이끌 수 있도록 미리 예비하신 하나님의 은혜요 섭리였음을 또 한번 깨닫는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