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깅으로 유명한 김영삼 대통령은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실시를 발표하던 날 새벽에도 청와대 녹지원을 달렸다. 그에게 조깅은 단순한 건강관리법에 그치지 않았다. 정리하고 결단하는 시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1974년 사법시험 준비 시절 ‘개량 독서대’를 만들어 특허를 냈다. 청와대 시절엔 온라인 통합관리시스템 ‘e-지원’을 개발했다. 그는 “대통령을 안 했으면 컨설턴트나 발명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만의 타자기, 김영삼의 조깅화, 노무현의 독서대 등 역대 대통령들이 쓰던 물건들이 청와대에서 전시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청와대 개방 1주년 기념 특별전시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를 이날부터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상징적 소품을 통해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보여줄 예정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린 반
려견 ‘방울이’ 스케치, 노태우 대통령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불었던 퉁소, ‘인동초’로 불렸던 김대중 대통령이 꽃을 가꾸는데 사용한 원예가위도 볼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전거 헬멧, 박근혜 대통령은 책 ‘나의 어머니 육영수’와 함께 소개된다.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소품은 전시하지 못했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청와대는 74년간 역대 대통령들이 격동의 대한민국 역사를 써 내려간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다”며 “대통령들의 상징적인 소품을 통해 그들이 권력의 정상에서 고뇌하고 결단을 내리던 순간들을 보여줄 수 있도록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청와대의 핵심 공간인 본관에서 진행된다. 전시 기간에는 그동안 보호를 위해 덮개로 가려놓았던 본관의 붉은 카펫을 드러내 볼 수 있도록 한다. 중앙계단의 ‘금수강산도’도 복원을 마치고 공개한다. 충무실 전실에서는 10폭 병풍인 서예가 이수덕의 ‘아애일일신지대한민국(我愛日日新之大韓民國)’을, 국무회의장으로 쓰이던 세종실에서는 백금남의 벽화 ‘훈민정음’을 만날 수 있다.
기자회견장이었던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에서 사용되었던 가구, 식기 등 생활소품을 전시한다. 이 곳에서는 관람객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본관 관람객 수는 시설물 보호 등을 위해 동시 수용인원이 200명 규모로 조정된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