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와 방아깨비, 여치와 풍뎅이, 땅강아지와 물방개, 개구리와 올챙이, 송사리와 피라미, 붕어와 미꾸라지 등등.
자연과목 수업에서 필수적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실습을 위해 등교 시간에 생물(동·식물)들과 곤충들을 학교 앞 문구점이나 잡화점에 가서 ‘실습 준비물’로 구입해야 했다. 그런 일들이 학기 중엔 몇 번씩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고도 재미있었던 것은 논두렁 밭두렁을 가로지르는 개울이나 냇가, 동네 어귀의 동산이나 뒷산, 마을의 어디를 가더라도 생물들을 쉽게 채집하고 구할 수 있는 특권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 때는 잘 몰랐었지만 졸업 후 청소년, 청년, 어른이 되면서 너무나도 ‘감사한 경험치’였었다는 걸 깨닫게 됐다.
그 때 그 시절 곤충 채집을 하려고 구불구불 꼬불꼬불한 곡선미가 물씬 느껴졌던 논두렁 밭두렁을 살금살금 걷거나 다람쥐처럼 후다닥 민첩하게 뛰었던 학창시절의 동화 같은 추억들을 지금도 가끔씩 떠올려본다.
항상 미소 짓게 만드는 만화. 놀랍고 신비로운 마법 같던 이야기인 신밧드의 모험 속 램프의 거인 ‘지니’처럼, 엉뚱하면서도 재미난 모양의 풍선껌을 달덩이만큼 높고 커다랗게 부는 것 같은. 그런 ‘기분 좋은 습관’이 됐다.
그리고 동물 애호가나 자연보호를 기본으로 하는 시민 단체들은 싫어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그 시절엔 실습 준비물에 들어가는 학비를 아끼고 절약한다는 그럴 듯한 이유로 채집을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네를 몇 바퀴나 돌고 돌고 또 돌아야 했다.
지금 돌아보면 여러가지 배움과 학습을 통해 성장을 한다는 학생의 본분을 빙자해서 일어난 웃픈 사건’이 있었다. 더 많은 양의 채집과 사냥에 가까운 행동으로 과하게 욕심을 부린 것이다.
아이들의 주머니와 소쿠리나 망에 한가득 잡혀 온 메뚜기들과 각양각색의 무늬를 등판 위에 그렸던 손바닥만한 크기의 개구리들. 어머니께서 손수 잘 씻어서 손질을 하신 후 프라이팬에 볶아 주셨던 그 녀석들의 고소하고도 신선했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별미였다. 이는 당시 그 소년들의 기억 속엔 그대로 남아 있다.
‘먹방’ 얘기는 아니겠지만 맛에 관한 이야기를 잠시 글로 나누다보니, 봄이면 마을의 낮은 담장들 사이로 피어난 찔레꽃의 여린 순들을 손으로 톡 잘라서 껌이나 과자 대신 입에 넣었다.
오물오물 싱그러운 단물을 빨아 먹었던 기억들. 밀을 손으로 툭 털어서 끼니를 해결했던 예수님의 제자들과 그런 행동을 말리지도 않으셨던 예수님의 이야기처럼, 동네 또래 친구들과 함께 누렇게 잘 익은 벼를 따다가 고사리 같던 손으로 비벼서 하나 둘 떨어지는 풋알갱이들을 먹었던 순간들.
그렇게 살았던 서울 변두리 평화촌 논두렁 밭두렁의 푸르른 기억들이 오늘따라 더 따스한 추억으로 익어간다.
정리=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