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31일 서울 도심에서 2만명 규모의 정부 비판 집회를 개최했다. 서울경찰청은 8개 기동단 80개 중대 총 5000여명의 경력을 투입했다. 경찰은 예고대로 집회 현장에 캡사이신 분사기를 장착한 경력을 배치했다.
경찰과 민주노총은 분신 사망한 건설노조 간부 고(故) 양회동씨 분향소 기습 설치 과정에서 충돌했다. 경찰은 노조원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1시간30분여의 대치 뒤 민주노총은 자진해산했다. 경찰이 6년 만에 꺼내든 캡사이신 분사기는 실제 사용되지는 않았다.
민주노총은 오후 4시부터 서울 세종대로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투쟁’ 대회를 진행했다. 서울광장에서 동화면세점 사거리까지 약 450m 거리를 메운 조합원들은 “물가 올라 못 살겠다” “노조 탄압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8차로 중 5개 도로가 통제되면서 세종대로 일대 교통체증이 빚어졌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오늘 경찰은 폭력 사태를 유발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한 것 같다. 경찰청장은 특진까지 내걸고 캡사이신을 쏘라며 날뛰고 있다”며 엄정대응을 강조한 윤희근 경찰청장을 직격했다.
윤 청장은 오전 ‘전투’에 나서는 듯 기동복 차림으로 남대문경찰서에서 열린 상황점검회의를 직접 주재한 뒤 “캡사이신은 현장 상황에 따라 필요할 경우 현장 지휘관 판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실제 집회 현장 곳곳에 ‘예비 캡사이신’이라고 적힌 검은색 가방이 눈에 띄었다. 야광 조끼 앞주머니에 소형·중형 캡사이신 분사기를 찬 경찰 기동대원도 자주 보였다.
신고된 집회 종료 시간인 오후 5시가 되자 경찰은 확성기를 통해 “지금부터 집회를 중지하지 않으면 불법 집회로 간주하고 법에 따라 해산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했다. 큰 충돌 없이 집회 상황이 종료되는 듯 했지만, 노조 측이 양회동씨 분향소를 기습적으로 설치하면서 이를 철거하려는 경찰과 물리적 충돌이 빚어졌다. 몸싸움 과정에서 조합원 4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경찰은 “관할구청의 요청에 따라 천막 설치를 차단했으며, 이 과정에서 경찰관을 폭행한 4명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노총은 “조합원 4명이 부상했고 이 가운데 3명이 병원에 이송됐다”고 밝혔다. 병원 이송된 조합원 중 1명은 팔에 골절상을 입었다.
민주노총은 경찰과의 대치 끝에 오후 8시20분쯤 자진 해산했다. 청계광장에서 경찰청까지 예정된 시민단체의 양씨 추모 행진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집회 상황은 광화문에서 종료됐다.
이가현 김용현 정신영 백재연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