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없어 굶고 있는데 기프티콘(모바일 상품권)을 현금으로 바꿔줄 사람이 있을까요?’
지난 3월 초 숭실대학교 재학생 커뮤니티에 생활고를 토로하는 학생이 등장했다. ‘숭실대의 선한 영향력(숭선영)’은 이 사연을 접하고 어려운 학우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다시 나눠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코로나19로 멈췄던 숭선영의 교내 식권 나눔은 한 재학생의 고충 글로 지난달 1일 재개됐다. 숭선영은 2019년 ‘숭실대의 따뜻한 밥 한 끼(숭따밥)’란 이름으로 교내에서 식권을 처음 나눴다. 숭선영은 2018년 기독교학과 학생 6인이 만든 학생자치단체다.
숭선영은 인스타그램에 공지한 학교 내 사물함에 매주 식권 10장씩을 가져다 놓는다. 필요한 학생은 식권을 꺼내 가면 된다. 시행 첫 2주 정도는 식권이 모두 나갔지만 지금은 1주에 1~2장 정도 남는다고 한다.
숭선영의 식권 나눔은 학생 결식 문제를 동료 학생들이 십시일반 기부해 직접 해결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학생이 더 어려운 친구를 위해 기꺼이 용돈을 나누는 것이다.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신 15:11)는 성경 속 하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셈이다.
숭선영은 학교식당의 식권을 나눠주다가 조금 더 저렴한 도시락 쿠폰으로 변경했다. 꾸준히 이어가려면 후원금을 아껴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 앞 상권 활성화와 비용 절감을 위해 인근 식당과 연계하는 방식도 숭선영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숭선영은 현재 20여명이 활동한다. 소외된 이웃을 돕자는 기독교 가치에 공감하는 비기독교인도 함께한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학교 축제 바자회를 통해 모인 100만원을 연탄은행에 기부했다. 또 4월 말 숭실대 인근 단열 취약 주택 옥상에 폭염 방지 페인트를 바르는 ‘쿨루프’ 봉사에도 참여했다.
류제민(24) 숭선영 대표는 31일 “5000원에서 1만원 등 학부생 소액 기부가 80~90%를 차지한다. 재원이 떨어지더라도 다른 방법을 구해 식권 나눔은 계속하고 싶다”며 “많은 분의 도움 덕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계속해서 많은 관심과 후원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