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이 자고 나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종전에 확인된 자녀 특혜 채용 사례는 장관급인 사무총장과 차관급인 사무차장, 지역 선관위 상임위원과 과장 등 간부 6명이었다. 그러나 선관위 자체 조사에서 4~5급 직원의 자녀 5명이 특혜 채용 의심 사례로 추가로 드러났다고 한다. 선관위는 지난해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력직으로 211명을 채용했다. 2020년까지 3년 동안 충원한 56명의 3배가 넘는다. 선관위 일반직 정원(2973명)의 7%나 되는 규모다. 왜 이렇게 많은 경력직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뽑았는지 의문이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은 얼마나 되는지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 선관위에 만연한 ‘아빠 찬스’는 취업난에 허덕이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좌절을 안겨주는 일일 뿐 아니라 불법 소지가 다분하다. 선관위는 국민들이 신뢰하기 어려운 자체 조사를 중단하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나서는 건 실효성이 없을 뿐 아니라 정치적 오해를 부를 수 있다.
선관위의 자녀 특혜 채용 수법은 비슷하다. 채용 공고 없이 경력직을 뽑았고 심사위원으로 나선 선관위 직원들은 동료 직원이나 상사의 자녀에게 만점에 가까운 높은 점수를 주는 식이다. 경남 선관위 김모 과장의 딸은 심사위원 4명의 심사표에 자신이 직접 인적 사항을 적었다고 한다. 지원자가 ‘공무원으로서의 정신자세’ 등 평정 요소가 적힌 심사표를 미리 읽어보고 면접을 본 것이라면 ‘짜고 치는 고스톱’과 다를 게 없다. 선관위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지방선거 등 모든 공직선거를 관장하고 부정선거사범을 고발한다.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급하고 국회의원들의 후원금 모금 내역이 올바르게 쓰였는지 감시한다. 공정과 윤리는 선관위의 생명이나 마찬가지다. 그런 선관위가 직원들의 자녀 특혜 채용 과정에서는 공정과 윤리를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라는 명분으로 투표 관리 업무에 대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을 거부하고 있지만 인사와 회계 등 기관 운영에 대한 감사까지 거부할 수는 없다. 선관위는 2015년 감사원의 기관 운영 감사에서도 정원을 초과한 채용과 부당 승진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다. 정부 구매카드로 사용해야 할 업무추진비 11억5425만원을 증빙서류도 없이 현금으로 지급한 회계 비리가 드러나기도 했다. 감사원은 즉각 선관위에 대한 특별 감사에 착수하고, 불법 여부가 드러나는 대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