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장은 30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지옥과 천당을 다녀온 느낌”이라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겨서 철야작업을 했지만, 무사히 발사에 성공해서 다행이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쁘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은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의 ‘숨은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발사체 이동과 기립부터 발사대 시스템 구축·운영까지 담당했다.
배를 만드는 회사가 어떻게 우주산업에 뛰어들었을까. 한 소장은 “나로호 때부터 한국형 발사대 개발을 하자는 얘기가 나왔다”며 “HD현대중공업의 뛰어난 조선업 기술을 접목해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섰다”고 전했다. 발사대는 HD현대중공업에서 만드는 선박이나 발전소와 유사점이 많다. 특히 영하 200도라는 극저온을 견딜 수 있는 연료 공급장비, 3000도가 넘는 초고온 화염을 견딜 발사패드 등은 이미 현대중공업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갖추고 있는 기술이었다. 토목 등 기반시설 기술도 뛰어났다.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엔 발사대를 100% 국산화한다는 꿈을 세웠다. 2016년 10월부터 한 소장을 비롯한 현장팀 전원은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먹고 자면서 발사대에 필요한 모든 걸 국산화해나갔다. 부품도 100% 국내 기술로 자체 제작했다. 3곳의 협력사 33명도 함께했다. 마침내 2020년 누리호 발사대를 완공했다. 이 발사대는 지하 3층 구조로 연면적 약 6000㎡에 이른다. 높이 47.2m, 200t의 3단 발사체를 거뜬히 견딘다.
한 소장은 “1981년 HD현대중공업에 입사해서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시공, 화공기기 설계 등 현장 관리 일을 해왔다”며 “팀원들 모두 기계설계 및 설치, 전계장 설계 및 설치, 보일러 철골 구조설계 분야에서 최소 10년에서 최고 30년 된 실력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달 탐사선을 띄우는 2030년에도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