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기라. 그리하면 네가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리라.”(잠 16:3)
지난해 이맘때 미국 하버드대 졸업식에 참석했다. 로런스 바카우 총장은 축사 말미에 ‘갓스피드(Godspeed)’라는 말로 졸업생을 축복했다. 갓스피드의 사전적 의미는 ‘하나님이 성공을 부여하기 바란다’이지만 모르긴 해도 그 말의 어원은 ‘하나님의 속도’에서 나온 것이라 생각한다. 성경은 사람의 계획하는 모든 것을 초월하는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명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는 말씀이다. 모든 일은 하나님의 시간과 때가 차야 비로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00년 초 한창 중국이 부상하고 있을 때였다. 중국에 합작대학을 설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으로 유학 오고자 하는 중국 학생을 모집해 현지에서 2년간 공부시킨 후 3학년이 되면 한국으로 데리고 오는 방식을 구상했다.
생각은 있었지만 구현해 낼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을 때 우연히 서울을 방문 중이던 중국의 한 대학 부총장을 만나게 되었다. 그다음 달 자매대학 협정을 맺기 위해 현지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기적 같은 만남이 일어났다. 식장에 모습을 드러낸 그 대학 총장이 미국 유학 시절 동고동락하며 함께 형설지공을 경험했던 절친이 아닌가.
20년 동안 소식이 두절 되었던 친구를 인구 13억이 넘는 그 광활한 중국에서 어떻게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우리는 서로 얼싸안고 감격했다. 이제 영향력 있는 총장 절친을 만났으니 의기투합만 하면 중국에서의 대학 설립은 금방 이루어질 수 있겠다는 교만한 마음이 삽시간에 마음을 지배했다. 철저히 인간의 힘으로 일을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합작대학 설립 허가 신청서를 낸 후 수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을 수없이 넘나들었고 너무 힘들어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좌절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경을 묵상하는데 문득 ‘너의 행사를 여호와께 맡겼는가’라는 말씀이 떠올랐다. 무릎을 탁 쳤다. 그러곤 기도했다. 모든 것을 온전히 주님께 맡기겠다는 고백을 했고, 그 후 5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 중국 교육부로부터 대학 설립 허가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갓스피드를 체험하는 순간이었다.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길 때 비로소 ‘너의 경영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사람의 때는 하나님의 때와 같지 않다. 그때를 기다리며 묵묵히 계획하신 주님의 과정을 따라 걷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약력> △현 동서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 △주헝가리 명예영사 △현대일본학회장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