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엔 뜻깊은 일이 많았다. 우선 황지해 가드너가 세계 최고의 정원박람회인 ‘첼시플라워쇼’에서 ‘백만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라는 작품으로 쇼가든 부문 금상을 받았다. 2012년 ‘DMZ:금지된 정원’으로 최고상을 받은 지 11년 만이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리산 자락의 약초군락을 재현한 정원을 관람한 뒤 황 작가를 포옹하는 사진을 보며 작가의 오랜 투병 기간이 떠올라 만감이 교차했다. 다음 날 서울에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직접 발표했다. 비움, 연결, 생태, 감성을 핵심 전략으로 2507개의 새로운 정원을 만들고, 2063㎞의 초록길을 통해 5분 거리 정원도시를 가꾸는 포부다. 가히 정원이 대세였던 한 주.
영국 사회개혁가인 에베네저 하워드가 ‘내일의 정원도시’라는 책을 통해 정원도시를 주창한 것이 1902년. 산업혁명과 급격한 도시화의 이면에 열악하기 짝이 없던 도시민의 정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이상적 도시의 제안은 당시 지식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정원이 딸린 전원주택이나 도시계획을 통한 공원 배치, 도시를 감싸는 환상형 그린벨트 도입 등이 그 결과다. 정원도시에 열심인 싱가포르는 정원 속의 도시(City in a Garden)를 넘어 바이오필릭 도시(Biophilic City)로 달려간다.
정원도시를 가든시티(Garden City)로 번역하지만 가드닝시티(Gardening City)가 더 좋다. 서울시가 실천 전략으로 제시한 천만 시민의 ‘내 나무 갖기 프로젝트’와 녹색교육을 통한 시민활동가 확대나 53명의 양천가드너가 구석구석을 변모시키는 양천구처럼 완료형 대신 실천형이자 능동형이기를 바라서다. 이 측면에서 정원도시의 완성은 정원사의 도시(Gardener’s City)일 것이다. 체계적 시민교육을 바탕으로 모든 주민이 가드너가 돼 정원과 도시를 가꾸는 초록한 광경을 상상해본다.
온수진 양천구 공원녹지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