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30~40분간 몸싸움 소리” 부친 살해 후 저수조에 숨긴 아들

입력 2023-05-30 04:04
29일 오후 폴리스라인이 쳐진 서울 중랑구 아파트 사건 현장. 정신영 기자

부친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지하 2층 저수조에 유기한 혐의로 3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다. 이웃들은 한밤중에 격한 몸싸움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계획 범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다.

서울 중랑경찰서는 29일 존속살해와 사체은닉 혐의로 김모(30)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김씨는 중랑구 한 아파트에서 함께 살던 부친(70)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0시48쯤 “아파트 지하주차장 바닥에 끌린 듯한 핏자국이 있다”는 주민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경찰은 아파트 지하 2층 기계실의 집수정 안에서 시신을 발견했다. 부친 몸에서는 흉기에 찔린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차량 블랙박스와 혈흔 등을 분석한 경찰은 김씨가 부친을 집 안에서 살해한 뒤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주차장까지 시신을 옮긴 정황을 파악했다. 집 안에 있던 김씨는 오전 2시24분쯤 체포됐다. 방에서는 범행에 쓰인 것으로 추정되는 흉기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웃들에 따르면 전날 밤 김씨 집에선 30~40분가량 심하게 몸싸움을 하는 소리가 났다. 주민 A씨는 “평소에도 새벽까지 층간소음이 있는 편이었지만, 이날은 유난히 큰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조용해져서 별일이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전에 계획된 범죄일 가능성에 대해 조사 중이다. 김씨는 시신을 옮기기 전 아파트 1층과 엘레베이터에 설치된 CCTV 렌즈에 청테이프를 붙여 시신 운반 장면을 감추려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주민은 “아파트 지하에 저수조가 있는지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을 텐데, 거길 어떻게 찾아갔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용달업을 하는 부친은 사건 당일 아들과 함께 집에 머물렀으며, 모친은 여행을 떠나 집에 없었다. 몸집이 큰 김씨는 평소 주로 집에 머물렀고, 바깥 외출은 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과 마주치는 걸 피하려는 듯 엘리베이터 대신 주로 계단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 아파트 경비원은 “숨진 부친은 항상 먼저 인사를 건네고 음료수 하나라도 있으면 주고 갈 만큼 성격이 좋았다”고 전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