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3차 발사는 우리 기술로 만든 발사체와 실용위성을 독자적으로 우주로 쏘아 올린 한국형 발사체 상용화의 첫걸음이다. 민간기업이 처음으로 발사 과정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정부는 2027년까지 남은 4~6차 발사를 통해 누리호 관련 핵심 기술을 체계종합기업으로 이전하고 본격적인 국내 발사체 생태계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상공 600~800㎞ 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3단형 발사체다. 누리호를 자체 개발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2021년 10월 21일 1차 발사 실패를 딛고 지난해 6월 21일 2차 발사에서 목표 궤도에 위성을 올려놓는 데 성공했다. 1·2차 발사가 개발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면 25일의 3차 발사는 누리호가 발사체 본연의 역할을 처음 수행하는 실전 무대였다.
실제 실용위성이 실리기 때문에 발사 시간 역시 위성의 임무 특성에 맞춰 설정됐다. 1차는 오후 5시, 2차는 오후 4시에 발사됐지만 3차는 주탑재위성인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여명·황혼궤도’(자전하는 지구를 남북으로 돌면서 뜨거나 지는 해를 계속 마주할 수 있는 궤도)에 올리기 위해 오후 6시24분이라는 구체적인 시각에 발사가 진행됐다. 1호 ‘고객’을 무사히 우주로 올려보낸 만큼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발사할 수 있는 누리호 상용화에, 그리고 향후 본격적으로 열릴 상업운송 시대에 한발 더 다가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3차 발사부터 누리호 기술의 민간 이전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항우연은 지난해 12월 누리호의 엔진을 생산·공급해 왔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누리호 후속 발사를 주도하는 한국형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으로 정했다. 국내 발사체 산업 기술수준을 끌어올려 ‘한국형 스페이스X’를 만들고, 민간기업이 우주기술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차원에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3차 발사에서 누리호 제작 총괄 관리, 발사 공동운용 등에 참여해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했다. 앞으로 4~6차 발사 과정에서 참여 범위와 역할을 더욱 확대해 최종적으로 발사체 설계·제작부터 발사 운용까지 전 과정을 이끌어갈 예정이다.
고흥=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