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마이크론발 반도체 전쟁, 정교한 전략 세워야

입력 2023-05-26 04:04
마이크 갤러거 미국 하원 미·중 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지난달 19일 의회에서 열린 대만 워게임 시뮬레이션 회의에서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24일(현지시간) 중국의 미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에 대한 제재와 관련, “동맹 및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을 지속해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엔 미 하원 마이크 갤러거 미·중전략경쟁특위 위원장이 로이터 통신에 “동맹국 한국이 (마이크론의) 빈자리 채우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크론 제재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반사이익을 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대중 경고 성명이 나오자 중국이 마이크론 판매 중단 카드를 꺼냈고, 유탄이 한국으로도 튀었다.

치열한 미·중 반도체 전쟁 와중에 ‘모 아니면 도’식 대응이 어려운 우리로선 딜레마다. 한국 정부와 반도체업계가 미 반도체법 보조금 가드레일(안전조치) 조항을 완화해 달라고 미 정부에 요청한 직후 ‘마이크론 제제 동맹 대응론’이 나와 여간 곤혹스럽지 않다. 10월에 종료되는 한국 기업들의 대중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 연장 여부에도 이번 건이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고 반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 중국을 외면할 수도 없다. 중국도 이런 사정을 알기에 마이크론 제재에 나섰을 것이다.

미·중 반도체 전쟁은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없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최근 “반도체 전쟁이 미국의 발등을 찍을 것”이라 경고한 것도 중국 시장의 중요성 때문이다. 연대와 국익 사이에서 정교한 전략을 세우는 수밖에 없다. 미국에는 한국 반도체 업체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중국의 첨단산업 굴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중국에는 미국 주도 공급망 동참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지배력이 있는 우리의 영향력을 적극 활용해야 할 때다. 반도체 첨단기술을 고도화하는 것만이 양국에 휘둘리지 않는 무기임을 잊어선 안 된다. 미·중과의 반도체 대화에 적극 나서는 외교력도 발휘해야 한다.